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독서일기/작은 깨달음

by Deko 2013. 5. 15. 00:39

본문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촘스키는 사회운동가, 실천 지성이면서 사실은 언어학자이다. 버틀런트 러셀은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이고 또한 수필가이면서 실천 지성이다. 이 두 사람을 엮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촘스키 또한 러셀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책은 번역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고 71년에 촘스키 러셀을 추모하며 한 강의를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결국 베트남전의 문제와 냉전의 한 가운데에 있던 상황과 현재 포스트 신자유주의를 말하는 상황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또한 러시아라고 번역된 것은 다 소련으로 바뀌어야 한다.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강연은 어려웠던 것으로 짐작된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있고 역자들은 이것을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세계를 변혁하는 것에 대하여로 나누지만 사실 이것은 하나로 연관되어 있다. 촘스키가 이 부분을 애매하게 이야기한 것, 다시 말해, 언어학과 사회참여라는 어찌 보면 순수 학문과 현실 참여라는 전혀 달라 보이는 것이 하나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개인별로 생각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러셀의 철학에 관심을 가진 것도, 그리고 촘스키가 언어에 관심을 가진 것도 현실을 어떻게 인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초반부에 서구 철학에서 그렇게 서로 갈등을 일으키던 대륙의 합리론과 경험론이 묘하게 서로 균형을 이룬다. 각 개인의 개인의 경험을 통해 각각의 사건들을, 더 나아가 현실을 인식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 인간이라는 종의 보편적 특징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틀리지는 않은 것이다. 촘스키의 언어학은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언어 사용능력, 지시 대상이 없는 추상적 개념들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이런 보편적 인간의 특성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이 어떤 식으로 현실을 인식하는 지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것을 밝히는 것보다 현실에 문제가 있을 때, 현실이 부정할 때, 현실이 정의롭지 못할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러셀과 촘스키는 그 대답을 말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었고 보여주고 있다. 과연 현재 실천 지성으로 어떤 이들이 러셀과 촘스키의 오른 편에 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어떤 면으로 극명하다. 촘스키가 베트남전으로 대표되는 냉전 상황에서 두 강대국 혹은 두 개의 제국인 미국과 소련을 비판하는 것과는 달리 러셀은 세계대전 이후 전체주의 혹은 파시즘에 빠졌던 서구라는 문명 자체에 대한 비판이 강하므로 촘스키는 구체적이고 러셀은 현학적이면서 광범위하며 다분히 철학적이다. 어떤 면으로 촘스키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태도와 흡사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러셀이 인간성의 바닥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또한 우리으 지구를 파괴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고 많은 수필에서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사용했다는 것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물론 러셀에게서 위트와 유머가 느껴진다는 것은 상당히 논쟁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 세계적인 지성인 촘스키는 이 책을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군수 사업은 세계적 규모이고 세계의 진보는 여전히 의문이고 각 개인들은 여전히 생존에 위협받고 있다. 복지는 통한 각 개인의 창의성의 발현 또한 여전히 먼 나라의 이야기 같다. 과연 지금 촘스키는 러셀을 기리며 어떤 텍스트를 쓸 것인지 참 궁금하다. 러셀이 꿈꾸던 자유주의적 사회주의, 현재의 개념으로 하면 복지 자본주의의 시대는 어떤 모델로 변화하거나 진보해야 할지 우리가 만들어갈 우리의 시대의 좌표는 어디이며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지, 세계적 지성의 글로, 말로 들어보고 싶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