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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도 아닌 그냥 해원 그리고 홍상수가 만든 인간형, 우유부단한 속물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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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먼저 제인 버킨,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에 출연한 제인 버킨의 딸은 실제 영화배우이다. 루 드와이용. 그런데 미인이라고 하기에는 뭐랄까 지골라라는 영화 탓인지 그리 예쁘다고 하기는 좀 그런데. 사실 일반적으로 보면 무서운 영화에서도 멋진 연기를 보인 정은채가 한수 위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지골라에서  루 드와이용


제인버킨과 만나는 장면


     아무튼 영화는~! 던져진다. 내면의 내레이션에서도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저 일련의 상황을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야기는 사실 좀 복잡해진다.

 

     웨스트 빌리지, 서촌을 물어보는 영화는 "북촌"을 연상케 하지만 영화는 사실 옥희의 영화”, 더 나아가 옴니버스 영화인 어떤 방문가 구체적으로 연결된다. 감독이자 대학 강사 역할을 한 문성근의 모습이 이선균에게로 녹아들어갔다. 갖고 싶지만 가지려면 자신의 것을 버려야 하는데 그러긴 싫으니 가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남이 갖는 것은 더 싫고 이런 찌질함, 속물근성이 결국 어떤 보편성을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영화 하하하와 연결되는 듯 보이는 유준상과 예지원의 모습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갖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은 애매한 관계, 그렇게 길게, 서로 기대하는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크지 않은 관계. 뭐 결국 이런 것도 불륜이라 부르겠지만.

 

영화 "하하하" 가 연상되는 8년차 불륜커플과 주인공들


그런데 영화는 이렇게 또 하나의 홍상수표 형제가 탄생했다고 보기엔 약간 애매하다.

     반복과 차이의 변주는 홍상수 감독의 특기이긴 한데 이번에는 , 혹은 일장춘몽이란 테마가 도드라진다. 해원은 어미니를 기다리다가 잠이 든다. 제인 버킨을 만나서 이야기한 것도 그저 꿈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만 꿈일까?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 사직공원의 사직단에 들어가는 자체도 사실은 금지되어 있다. ?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 알고 보면 영화의 많은 관계들이 금지된 것이다. 금기를 파괴하는 것은 오직 용자들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과연 해원이 용자였나? 물론 확언할 수 없다. 강하진 않지만 영화 시민 케인처럼 남들의 눈에 말에 존재하는 해원은 영화 속의 해원과 거리가 있다. 물론 스스로가 말하는 해원과도 거리가 있다. 미모 때문인지 그녀가 스스로 악마라고 말할 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데 나도 모르게 씨익 웃어버렸다. 아마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니가 진짜 악마를 여태 못 봤구나

 

     영화는 전부가 그저 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캐나다로 떠나는 어머니는 해원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해원은 교수와의 관계를 포기하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자신의 사랑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떠돌게 된다. 부유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런데 이게 상승효과가 있다. 가질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고 남이 갖는 것도 싫고 내 것을 포기하기도 싫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래도 한번 보자면 그것도 좋고 한번 관계를 맺으면 그것은 더 좋고. 뭐 이런 감정적 깊이가 전혀 없어 보이는 관계와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남자, 그저 끌려가는 남자. 어쩌면 홍상수 감독이 그리는 현대인의 모습인 지도 모르겠다. 하루끼가 그리는 인간형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무덤덤한 인간, 무감동 무반응의 인간을 만들었다면 홍상수 감독은 우유부단한 속물이라는 인간형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 있겠지만 상처받기도 싫고 상처주기도 싫은 마음으로는 불같은 사랑을 하기 힘들 것이다. 쩌면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마인드 정도는 되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여자다 싶으면 모든 걸 다 걸어보는 것도 한번 뿐인 인생, 썩어질 몸을 갖고 태어난 인생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왕자님을 기다리는 것은 ...? ^^


     영화는 마지막까지 애매하다. 혹은 부유한다. 잠에서는 깼지만 눈은 아직 뜨지 않은, 아직 일어나지는 않은 상태,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깨어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영화는 끝이 난다. 결국 해원은 꿈에서 깨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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