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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한국 살사의 생얼, 민낯에 대한 보고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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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on2에 대한 논쟁이 아주 뜨거웠다. 지금도 여전한 편견 혹은 선입견 중의 하나가 바로 on2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박자가 어떻고 박자를 쪼개고 어쩌고 심지어는 on2에 맞는 음악이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 조금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합리적이지도 않고 그리 이치에 맞지도 않는 말이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그대로 믿기도 했다.


     사실 살사판 혹은 살사신에서 비합리적이고 비지성적인 분위기는 초기부터 존재했다. 초기에 살사를 배운 사람들은 배낭여행에서 몇 번 배운 수준에서 국내의 미군 등에게 배운 수준이었고 여기에 스페인어 전공자들이 함께 했지만 스페인어 전공자들이라고 해도, 필자를 포함하여, 다시 라틴문화가 무엇인지 살사가 무엇이고 어떤 기원을 갖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어디 외국 사이트에서 본 정보와 책에 살짝 나온 것이 전부였다. 다들 카더라~ 수준이었고 외국의 카더라~ 정보를 옮기는 정도였다. 여기에 자신의 상상과 주장을 섞어 현재도 나름 소설을 쓰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 사실 살사 자체가 학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뿌에르또 리꼬나 미국 혹은 멕시코 등에서 지역 문화 혹은 대중문화의 하나로 살사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회학적 관점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방식의 연구는 아니다. 미국에서 살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하는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 주요 연구자들이 사망하거나 연구를 포기하면서 사실 살사에 대한 학문적인, 아카데믹한 연구는 맥이 끊겼다고 봐도 된다. (물론 아주 개인적으로 내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런 말은 다분히 충격적일 수 있는데 on2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on1이 상당히 왜곡되었거나 혹은 살사와 전혀 상관없는 그저 커플 패턴 댄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야 하지는 않을까? 완전히 틀린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왜곡된 것이 들어와 공연형 스타일만 기형적으로 발전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on1이라고 한다면 on2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알고 있는 on1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on2로 오픈 브레이크만 해도 그 느낌이 다르다고 하지만 과연 스텝이 바뀐 것만으로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특이하지 않을까? 파워 on2의 경우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고 맘보 on2의 경우 쉽게 표현하면 작은 스텝을 먼저하고 큰 스텝을 나중에 하는 것으로 on1의 관점으로 봤을 때 on2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은 착각이다. 그렇다면 작은 스텝을 먼저 하는 것과 큰 스텝을 먼저 하는 것이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까? 만일 스텝과 체중의 이동이 서로 다르다면 뭔가 다른 것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작은 스텝 다음에 큰 스텝이 오고 큰 스텝 다음에 작은 스텝이 온다. 선후의 문제가 본질적인 차이를 야기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적인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으면서 박자의 쪼개짐, 엇박의 느낌, 그 싱커페이션의 느낌 등을 말하며 그걸 모르니 이런 말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자유이다. 하지만 본인이 그것을 on1에서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것은 당신이 수준 낮은 강습을 받은 탓이고 당신이 알고 있는 on1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품앗이 수준으로 기초 강습을 받고 기본적인 실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부터 뛰어들었고 일련의 동작들을 외워서 재현하고 그러면서 춤을 춘다고 믿었다면 그런 수준의 on1을 알고 있으니 내밀한 부분들, 라틴댄스에서 느낄 수 있는, 댄스 스포츠, 아메리칸 댄스 스포츠, 클럽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즐거움들을 모르고 그저 일련의 동작들을 재현한 것이지 살사를 춘 것이 아니다. 예컨대 영어의 의미를 모르고 그저 외워서 말을 한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물론 영화 맘보킹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모든 대사를 그저 외워서 했다.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의미를 몰라도 대강 뜻을 유추할 수 있으면 연기는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on1 살사의 수준은 맘보킹에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연기와 비슷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할 것이 많지만 우선 on2는 왜 나타나게 되었나를 간단하게 살피면 맘보에서는 on2나 on1이나 구분이 없다. on2가 많다고 하지만 맘보는 상당히 대중적인 춤이었고 또한 자유로웠으며 패턴 댄스만큼 솔로 무브도 유행을 했다. 쉽게 맘보에선 어떤 정형된 스텝이 있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그 당시 유행했던 일련의 패턴 댄스와 솔로 무브를 통칭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맘보 댄스는 클럽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공연 예술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당시 미국의 쇼 비즈니스의 중심지는 바로 브로드웨이였고 브로드웨이 스타일 커플댄스 공연이 당시에는 꽤나 유행이었다. 그러다 쇼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헐리웃으로 옮겨가면서 이런 경향도 LA로 옮겨가게 되는데 이후 브로드웨이 스타일은 헐리웃 스타일로 불리기도 한다. 쉽게 공연,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on2가 등장한 것은 맘보 이후 차차차가 유행하면서이다. 사실 on1으로 차차차를 추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원투 차차차 쓰리 포 차차차로 해결되지 않는 베이스와 피아노(라틴음악의 뚬바오는 베이스와 피아노가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일련의 타악기들과의 조화만이 아니라 on2 차차차에서 원투 짯차 차아~로 느껴지는 차차차와는 다른 압축된 느낌을 안다면 음악과 리듬을 타고 노는 맛을 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맘보는 멕시코를 비롯해 중미지역과 쿠바 등의 카리브 해 도서지역에 직접적으로 유행했고 우리나라에도 맘보바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 2차 대전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하지만 차차차의 인기는 미국 동부지역과 카리브 해 지역에 집중된 경향이 있었고 재즈와 로큰롤에서도 차용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후 70년대 파니아 올스타즈의 히트와 함께 살사가 유행하면서 on2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파니아 올스타즈의 음악은 보통 살사 두라salsa dura, 하드코어 살사라고 한다. 재즈의 영향보다는 로큰롤과 펑키의 영향이 강했고 특히 대규모 라이브 무대에서는 광란에 가까운 연주를 펼치기도 했다. 다시 말해 70년대의 살사는 on1와 on2에 상관없이 강렬하고 격정적이었다.

     그러다 파니아의 열풍이 잠잠해지고 난 후 로맨틱 살사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메렝게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메렝게가 유행하면서 살사도 단순화되기 시작했고 유명한 댄서들은 살사가 아닌 댄스 스포츠 혹은 아메리칸 댄스 스포츠에 편입되기 시작했고 사실 살사 댄서라는 말을 듣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맘보 댄서로 남고 싶어 했다. 사실 맘보댄서로 명성을 얻은 이들 중에 아메리칸 댄스 스포츠나 댄스 스포츠 쪽에 몸을 담은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이런 댄서들을 살사 댄서로 간주하는 것도 사실 좀 문제가 있기는 하다. 뉴욕의 일부 그리고 뿌에르또 리꼬의 일부 쇼 비즈니스 쪽에 팀이 남아있긴 했지만 80년대에 살사는 로맨틱 살사 음악과 함께 단순히 즐기는 춤이었다. 살사 댄서들은 유명 밴드의 백댄서 그 이상의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 명맥은 유지되었지만 맘보의 시대 팔라디움에서 펼쳐지던 그런 춤과 음악의 비약적인 발전은 현재까지도 그저 지나간 옛 추억일 뿐이다.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LA의 경제적 발전과 상대적으로 거대한 라틴계 커뮤니티로 인해 LA의 여건이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러다 98년, 뿌에르또 리꼬 바까르디 살사 콩그레스에 세 형제가 등장한다. 그들은 현재도 그렇게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로스 룸베로스라고 불렸다. 바로 바스께스 형제들이다. 로스 룸베로스의 공연은 무엇보다 강렬함 그리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그간의 살사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어 놓았다. 맘보가 태동했을 때는 볼룸에서 클럽으로, 클래식에서 모던으로 옮겨온 움직임이었다고 할 수 있고 이후 차차와 파니아의 살사는 라틴계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문화운동의 성격이 강했으나 이후 살사는 흥겨운 라틴리듬에 로맨틱한 분위기의 음악에 심플하게 춤을 추는 모습으로 쉽게 표현하면 볼룸이 아니라 포크댄스화 된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90대 들어서면서 다시 라틴음악의 붐이 불기 시작했고 현재는 커밍아웃을 해 그 이미지가 예전과는 좀 다르지만 리키 마틴이라는 섹쉬가이와 함께 팝적인 부분에서도 라틴 붐이 불기 시작했고 이후 산타나의 히트가 있었고 월드뮤직의 부분에서 부에나 비스따로 대표되는 쿠바음악의 붐이 불기 시작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살사로 소급되는 상황이었지만 음악에 비해 춤은 그리 볼 것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로스 룸베로스의 등장은 그들의 춤이 브로드웨이 스타일로 불렸고 이후 헐리웃 스타일이라 불리던 맘보 퍼포먼스를 계승하고 있으며 현란한 스텝은 탭댄스를 연상케 하며 턱시도와 배바지를 입고 형제가 공연하는 모습은 니꼴라스 브라더스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로 언급이 안 된 것이 있는데 그들 공연의 특징이 무엇보다 격정적이며 다이내믹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필은 다분히 멕시코적이며 특히 께브라디따 혹은 노르떼뇨 등에서 느껴지는 마치 팝콘이 터져 나오는 것 같다는 것이다. 또한 90년대 말부터 인터넷 환경이 바뀌지 시작했다. 전화선에서 ADSL로 바뀌면서 1M/s의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실시간은 어렵다고 해도 동영상 다운로드를 통해 공연 연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환경적 요인들이 합쳐지면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살사는 인터넷과 함께 활성화되기 시작한 클럽댄스, 복고적이면서 클래식하면서 아날로그적이고 또한 동시에 디지털적인 문화가 되었다. 여기에 매년 열렸던 마얀 살사 컴피티션은 화룡점정이었다. 다양한 공연 스타일, 당시 최고 수준의 댄서들의 춤을 전 세계에서 물론 우리나라에선 더 많이 보게 되었고 그리고 그저, 이게 중요한데 그저 따라하게 되었다. 



바로 이런 스타일의 공연을 의미한다.



프란시스코 바스께스 모니카 곤살레스의 역동적인 공연.



께브라디따 공연의 모습이다. 어떤 비슷한 느낌, 화끈한 매운 맛이 느껴질 지 모르겠다. 



     90년대 말 그리고 2000년 초까지 살사 경연에서는 누가 로스 룸베로스의 패턴을 잘 따고, 그들의 흉내를 내는가를 겨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경연에서만이 아니라 클럽에서도 공연을 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 과시적인 춤이 on1 살사로, 그런 개념으로 굳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선입견일 뿐이다. 

     내용은 없고 그저 형식만 남은, 그저 패턴만을 흉내 내게 되면 그것은 살사라기보다는 그저 커플 패턴 댄스일 뿐이다. 물론 이런 지적은 현재도 유효하다. 춤을 추는 모습을 잘 보면 on2라고 하건 on1이라 하건 구분 없이 남자의 경우 스텝을 아예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여자의 경우는 스텝은 그저 턴을 돌기 위한 준비로 변해버린 것을 볼 수 있다. 스텝으로 인해 체중이 한 박자 늦게 혹은 엇박으로 움직이고 이로 인해 생기는 역동성을 이용하여 리딩을 하고 팔로잉을 하는 것은 아주 예전 혹은 고루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또한 이것을 강조하고 내밀한 부분을 강조하는 강사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강사 본인이 외국에서 여러 가지를 어렵게 배우고 왔지만 주변에서 3개월에 초급 진도 빼주고 공연까지 하게 해주고 다시 3개월 만에 중급 빼주고 공연까지 하게 해주는 강사들이 있고 그들이 상대적으로 강습료까지 싸다면 아무리 열심히 가르치고 싶은 강사도 분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것이 바로 전문 공연 팀이었으나 전문 공연 팀은 공연을 위한 것이지 클럽에서 제대로 살사를 즐기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 또한 대형 동호회에서 공연 팀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전문 공연 팀의 의미도 퇴색되었다.

     그리고 시장은 포화되었고 나름 잘되던 강습도 점점 그 수가 줄어들거나 없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on2가 들어왔다. on2는 바로 이건 상황에서 새로운 상품, 혹은 기존의 중급 혹은 고급 과정을 마친 이들도 다시 초급으로 떨어뜨려주는 마법의 주문이었던 것이다. 외국댄서 시안이나 프랭키 마르띠네스 등은 그저 수단이었던 것이고, 마법의 주문 on2는 헌 시장을 마치 세탁을 하듯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물론 on2의 유행이 가져온 순기능, 긍정적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음악과 박자 그리고 내밀한 리딩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되었다. 물론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글을 길게 쓰지 않으려 마음을 먹었는데 상당히 긴 글이지만 많은 것이 생략된 글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살사판에 남성적 스타일로는 스핀이 유명했다. 당시 클럽에는 꽤 많은 스판, 짜가 스핀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은 스핀의 모습을 흉내냈을 뿐이고 그 내밀한 리딩의 비밀은 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스판들은 전혀 스핀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없었다. 


     손나리가 미국에서 돌아와서 on2 살사에 대해서 말을 하고 강습을 하기 시작했을때, 다들 어떤 급속한 전환, 

on1에서 on2로 급작스럽게 전환을 시켜주고 유행하는 혹은 할만한 최신 패턴에 대해서만 관심이 높았다. 처음부터 차근히 배우려는 사람은 적었다. 마치 급전을 땡기듯 나름 유명하던 강사들은 외국인 댄서들에게 속성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강습을 열었고 쾌속 on2전환을 홍보했다. 


이 구 문단이 이 긴 글의 요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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