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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정당의 탄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진보 세력이 연대할 수 있는 터미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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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政黨]

정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하는 단체.

 

   이것이 바로 정당의 정의이다.

   정치에 대한 이념이나 정책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그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하는 단체라는 것은 그 정치적 이상의 공리적 성격에 따라 약간씩 다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하나의 이익집단이다.  

 

   유신독재에서 그 이후로 우리 정치는 보스정치, 쉽게 마피아 혹은 깍두기 아저씨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문화가 주도했던 것이 현실이다. 보스가 중심이 되어 명령 하달식의 구조는 그리 민주적이라 볼 수 없었으며 군정종식 이후에 가장 유행한 구호가 양김 청산이었다는 것은 이 보스정치가 우리 정치사에 얼마나 큰 해악이었는지를 증명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대가 변해도 아주 변했다는 것이다. 보스정치의 시대가 아니라 보통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는 시대이다. 하지만 이 소통이라는 것이 예전과 다르다. 예전의 소통은 정치적 메시지를 중요 정치인들이 하달하고 그 메시지에 대하여 긍정적 반응을 이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편향적 혹은 단선적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무차별적 다자간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이다. 쉽게 하나의 점이 아니라 아도르노 말했던 은하수 같은 성운, 거대한 태양이 모든 것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별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엉켜 만들어진 성운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다자간 인터랙션,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이다. 예전처럼 나를 따르라~!’식의 리더십이라면 꼰대로 몰리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것인지 아니면 도태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며 양상 혹은 수단의 변화가 본질적 변화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진정성은 언제나 빛이 난다며 말이다. 맞는 말이다. 상황이 수단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도 본질적인 변화를 야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에 말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서신으로 소통하던 인간과 전화로 소통하던 인간, 이메일로, 휴대폰으로, 영상통화로 , SNS로 소통하는 인간이 서로 다르다는 것,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며 서신만으로 소통하려 고집하게 되면 다른 수단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에게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인간이 소통을 잘 해야 하며 누구하고도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정당, 국회의원이라도 한명 있고 의회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과 이념을 현실화하려는 정당에게는 필수적인 것이다.

   다시 여기서 정당의 정의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조직한 단체이며 이 단체는 수단이다. 목적은 정치적 이상의 실현이다. 이 정치적 이상은 정말 말 그대로 완료된 어떤 모습이 있을 수도 있고 추상적인 목표만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당이 수단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쉽게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목적을 위해 이 수단의 형태와 구조를 바꾸는 것은 별일이 아니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별무리처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주도적으로 상호 소통하는 것은 아주 핵심적인 부분이다.

 

   수단으로 정당이라는 개념에 이르게 되면 당연히 그 목적, 정치적 이상의 실현이라는 부분에도 당연히 질문을 던지게 된다. 만일 한 번에 모든 것이 변하는 혁명적 변화, 혁명적 실현을 꿈꾸는 정치적 세력이 아니라면 당연히 타임 테이블, 단계적 기획이 있어야 한다. 공산주의 세계를 꿈꾼다고 해도 그것이 혁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단계적 실현 기획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없는 정치단체는 그저 함께 꿈만 꾸는 조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정당은 수단이고 정치적 이상의 단계적 실현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 단계적 실현계획에 서로 동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세력이면 조건 없이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떳다방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에 맞추면 5, 국회에 맞추면 4년 동안 우선적으로 그리고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목표들에 공감하는 정치세력과 개개인들이 서로 연대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더 진보적인 목표들을 설정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세력과 개개인들이 떨어져 나가고 또 새로운 세력들과 연대할 수 있는 그런 단계적, 한시적, 개방형 정당이 가능하다면 진보 대통합은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각했고 그래서 예전의 여론조사를 보완할 수 있는 모바일 투표를 비롯한 국민경선 제도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세력이 서로 같은 목표를 위하여 한시적이나 서로 연대하고 조직은 하나의 모태(母胎)가 되어 다양한 세력 중에서 경쟁력 있는 세력이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고 정치적 목적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자유롭게 이탈이 가능한 터미널과 같은 형태의 정당이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의 진보세력이 성장하는 데에 큰 공헌을 할 것이다.

 

   현재 하나의 새로운 진보정당을 새로 만드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정치적 사상이 확고하고 그것 때문에 다른 정치세력과 연대도 불가능하며 오직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서로 위로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한 등대와 같은 정당으로 남겠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허나 이기적인 것도 사실이다. 자위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그 이상을 향해갈 실천 계획도 없고 법안 하나의 바꿀 능력도 없는 정당으로 남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 또한 인정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상상만으로 개똥철학과 개똥 정치신념이 아니라 정말로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변하게 하고 싶다면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과정으로서 그 어떠한 세력과도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을 바꾸고 남과 북을 바꾸고 동북아를 바꾸고 이후 전 세계를 바꾸어보겠다는 사람들이 한시적이라 해도 정치적 목표가 같은 사람들과 연대하고 협력하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이들의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진보정치 혁신모임이 아니라 진보연대 터미널이며 앞에서 몇 번을 강조한 것처럼 5년 혹은 4년 동안 이루어낼 수 있는 정치적 목표이다. 마치 정당의 공약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 현실성 여부에 따라 사람들이 체감하는 것은 상당히 다를 것이다.

 

   또한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탈당하고 창당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통합의 경우와 비슷하게 진보연대의 터미널에 통합진보당이 합류하는, 쉽게 합당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당의 해체하는 것과 합당을 결정하는 것, 두 경우 모두 당원 총 투표를 해야 하겠지만 심리적인 저항은 합당이 당 해체에 비해 현저히 낮을 것이다.

   또한 진보연대 터미널은 통합진보당의 참여계, 혹은 유시민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 맡아도 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 가지 오해와 비판이 있지만 참여계 혹은 유시민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은 진보 연대에서 손님 같은 입장에 서게 될 것이며 어떤 중심적인 역할을 맡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판을 짜는 역할을 맡는 것이 가장 어울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민노당의 대표들이 중심이 된 모임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5년 혹은 4년 안에 이루어할 정치적 목표일 것이다.

 

   이런 실험들이 성공한다면 진보세력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가 상당히 변할 수 있는, 어쩌면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족: 이건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새로운 진보연대는 홈페이지 없이 SNS를 기반으로 한 모습을 갖추는 것이 어떨까 싶다. 여기에 아쉬운 마음에 블로그 하나, 클라우드 서비스에 유튜브, 팟케스트 방송 등이 멋지게 수놓아진 하나의 옷감처럼 말이다. 당원가입도 카페 가입처럼 온라인에서 쉽고 자유로운. 정치가 무거운 것이 아니라 가볍고 손쉽게 접근가능하며 저 멀리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면 거기서 또 다른 혁명이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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