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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페인의 지역 민족음악에 대하여

Latin Feel/음악 이야기

by Deko 2010. 10. 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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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내용은 [플라멩코]에서 편집되어 삭제된 부분으로 스페인의 음악에 대한 

텍스트이다.

스페인의 다양함, 문화적 다양성을 소개하고 싶었기에 쓰게된 글이었으나 분량상의 

문제로 편집되었다.

 

 

 

1. 스페인의 음악과 춤

 

     스페인의 문화에 대해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스페인어 전공자의 입장에서 좀 더 스페인에 대해 알리고 싶으나 이 책은 플라멩꼬에 대한 책이므로 스페인의 음악과 춤에 대해 간추려 언급할 것이다. 스페인은 문화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하다. 물론 문화만이 아니라 자연 환경적으로도 다양한 요소를 담고 있다. 이 다양성 중에 하나가 바로 플라멩꼬이다.

 

 

여행의 순서 : [까스띠야라만차(중앙)-에스뜨레마두라(서쪽)-살라망까(북쪽)-아스뚜리아스(더북쪽) - 갈리시아(서쪽: 포루투칼바로 위쪽부분)-바스크(동쪽)-아라곤(남동쪽)-까딸루냐(동북쪽)-마지막 발렌시아 지역 (남쪽)]


     스페인은 중앙 고원지역과 북부 대서양 지역, 서부 지중해 지역 그리고 안달루시아 반사막 지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위의 스페인의 지도를 참조하면 마드리드와 똘레도 등이 위치한 곳이 바로 중앙 고원지역이고 이 지역을 까스띠야라고 부른다. 이 지역에는 14‐15세기에 유행한 기사들의 이야기와 로만세가 풍부하게 전승되고 있으며 낭만적인 세레나데와 까스띠야 전통 춤과 음악이 전해져 오고 있다.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면 돈끼호떼가 활동한 라만차 지역이 펼쳐진다. 지금도 풍차가 돌고 있는 이 지역에서 세기디야Seguidilla라는 스페인의 무곡舞曲1)이 만들어 졌으며 발달하였다. 반두리아bandurria 혹은 반돌라bandola라고하는 스페인 류크족 현악기와 라우드Laúd라고 하는 반두리아보다 약간 더 크며 좀 더 굵은 소리를 내는 현악기와 기타 등의 전형적 스페인 현악기에 캐스터네츠와 탬버린 같은 리듬 악기와 함께 연주되는 무곡이 바로 세기디야이다. 일반적으로 흥겹게 연주되어 남녀노소가 이 음악에 춤을 추었기 때문에 스페인 전국으로 퍼질 수 있었다.

 

 

               [반두리아bandurria]                                     [라우드Laúd]

 

 

 

     이 세기디야는 안달루시아의 세비야에서 축제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려한 민속무용 세비야나Sevillana로 변하게 된다. 세비야나의 기본적인 구성은 세기디야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세기디야는 18세기에 이르러서는 볼레로라는 이름과 함께 좀 더 근대적인 형태를 갖추어 유행하기도 한다.

 

     서쪽의 에스뜨레마두라 지역은 포르투갈과 국경을 접하는 지역으로 대부분이 산악지역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발전이 덜 된 곳으로 그렇기 때문에 원형에 가까운 세레나데, 로만세들이 전해진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세련된 부분은 모자라다 하겠다. 에스뜨레마두라 지역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레온 지방이 나오고 그 중심에 대학도시 살라망까가 있다. 살라망까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고 그런 만큼 젊은이들의 문화가 발달하였다. 특히 차라다Charrada라 불리는 일인 악단 스타일의 음악과 춤이 유명하다. 이 일인 악사를 차로Charro2)라고 부르는데 피리를 불면서 동시에 북을 치고 그러면서 이리 저리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은 스페인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그 원류는 바로 살라망까이다.

 

 

 

 [살라망까 마요르 광장에서 연주하는 차로Charro들]

 

     레옹에서 더 북으로 올라가면 바로 아스뚜리아스 지역이다. 포르투갈의 북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그리 크지 않으나 중세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재정복 운동이 가장 먼저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해안 인접지역이라 다른 지역에 비해 습도도 높고 숲도 울창하다. 이런 환경 탓인지 백파이프를 이용한 고풍스런 멜로디가 이 지역의 특징이다.

 

     서쪽 끝으로 가게 되면 가톨릭교도들에게는 중요한 성지인 산띠아고 데 꼼포스뗄라가 있는 갈리시아 지방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는 일반적인 스페인어와는 다른 가예고gallego라는 말을 사용한다. 포르투갈어와 흡사한 라틴계통의 언어이나 켈트 족의 영향을 찾아볼 수도 있다. 이 지역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켈트 족의 발라드와 흡사한 아라라alalá라고 하는 부드럽고 애상적인 민요가 발달했다. 아리라라/아라라 등으로 이어지는 멜로디와 후렴구는 사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이 지역에도 스페인의 다른 지역처럼 빠른 무곡들이 존재한다. 위에서도 말한 것과 같이 이 지역에서 백 파이프가 사용되는 것은 이 지역이 태평양을 통해 켈트 계통;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북 프랑스와 브르타뉴; 등과 교류가 있었으며 이 지역의 토착 거주민들이 켈트 계통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대서양을 안쪽으로 끼고 서쪽으로 튀어나온 지형은 해상무역에도 상당히 이로웠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스페인 아니 유럽에서 가장 색다르며 특별한 민족인 바스크인들을 만나게 된다. 바로 바스크 지역이다. 유럽의 어떤 언어 세계의 어떤 언어와도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독창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바스크 스타일의 베레모와 그들 특유의 전통과 관습을 지켜오고 있다. 물론 문화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을 스페인의 집시와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집시들이 현지의 문화를 흡수하여 독창적이며 새로운 문화적 결실을 맺었다면 이 지역은 문화적 정치적으로 지극히 배타적이고 보수적이며 독립적이다. 바스크족은 이베리아 반도의 토착 원주민이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것 또한 확실히 증명할 길은 없다. 바스크 족은 10세기경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자치권을 확보한 스페인의 한 주이다. 하지만 현재도 독립운동을 진행하고 있고 스페인 중앙정부와 내전3) 중이다.

     이 지역의 음악은 너무나 특이한 5/4박자의 무곡의 존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주 특색 있다. 아우레스쿠 aurresku와 쏘르치꼬zorcico(이 무곡이 5/4박자 계열이다)라는 지역 색 가득한 무곡이 유명하며 무엇보다 합창을 주로 하는 것이 바스크 지역의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스페인 전통의 음악에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이 나누어져 있어 전부가 하나의 조화, 하모니를 만드는 편이나 바스크 지방에선 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바스크 지역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아라곤 지방을 만나게 되는데 이 지역의 음악은 호따jota가 유명하다. 호따는 4마디마다 으뜸화음과 딸림화음이 교차되는 약간은 블루스와 흡사한 느낌의 무곡이다. 블루스가 흑인들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표현한 것과 같이 호따도 마찬가지이지만 과도한 감정의 표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절제된 표현이 기본이 된 음악이다.

 

     아라곤 지역에서 더 동쪽으로 가면 올림픽 황영조의 마라톤 금메달로 유명한 바르셀로나가 있는 까달루냐 지역을 만나게 된다. 이 지역도 바스크 지역과 비슷하게 자신들의 독립적이며 고유한 문화를 강조하고 까딸란catalán이라는 라틴계 언어이나 스페인어와는 구별되는 언어를 사용하며 무엇보다 축구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큰 해상무역 세력을 형성했던 까딸루니아 왕국의 후예들로서 자신들은 스페인 중앙정부와는 별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같다.

 

 

[전통적인 꼬블라 연주모습]

 

     이쪽의 정서는 일반적으로 정열적이라 알려진 스페인의 기본 정서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이성적이며 정서적으로는 프랑스풍이라 할 수 있는 온화라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그 특징이다. 특히 싸르다나La sardana라는 무곡은 음악만이 아니라 집단으로 추는 춤으로도 아주 유명하다. 싸르다나는 보통 꼬블라cobla 혹은 꼬쁠라copla4)라고 불리는 관현악단, 일반적으로 11명으로 구성된 관현악단이 연주하는데 열한 명이 만드는 하모니는 격정적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세련되고 절제된 느낌이 더 강하다 할 수 있다. 물론 타악기가 배제되어 있어 연주 자체는 유럽적 세련미를 보이지만 규칙적인 리듬 연주가 생략되어 있어 토속적이거나 전통적인 느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물론 그렇다고 춤을 추기에 무언가 모자란 것은 아니다. 춤을 추는 군중의 동작이 규칙적 리듬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제 발렌시아 지방이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발렌시아 지방은 일반적으로 지중해성 기후의 성격이 있고 농업이 특히 발달하였다. 무엇보다 발렌시아 오렌지는 우리나라에 수출되고 있기도 하다. 해안 지역의 특성상 개방적이고 다혈질적이다. 이 같은 면은 불의 축제Las fallas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3월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600개의 종이인형을 만들고 하나만 남기고 모두 태우게 된다. 발렌시아의 거리 모두가 불꽃 속에서 넘실거리게 된다. 종이인형이라고 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조그마한 종이인형이 아니라 거리 행진을 할 수 있는 아주 거대한 종이인형을 만들고 태우게 된다. 사실 우리에게 더 알려진 것은 바로 발렌시아의 토마토 싸움 축제이다. 서로 토마토를 던지고 뭉개며 거리 전체에 토마토 주스가 흐르는 이 축제에서 발렌시아의 풍요로움과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이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바로 호따 발렌시아나Jota valenciana이다. 아라곤 지역의 호따와 음악적 구성 및 요소가 흡사하지만 결정적으로 연주 자체가 아주 격정적이다. 마치 쿨 재즈와 재즈 초기 빅밴드 재즈의 차이처럼 호따 발렌시아나는 뜨겁게 연주되어 아라곤 지역의 호따는 상대적으로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스페인 음악/춤 여행을 다녔다. 우리가 이제부터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알아볼 안달루시아 지역의 플라멩꼬를 제외하곤 말이다. 물론 세밀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은 여행이었지만 무엇보다 국내에 스페인의 다양한 음악과 춤을, 그 이름만이라도 소개한 것에 그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각 장르에 대한 연구만 해도 그 양이 적지 않으나 여기서는 이 정도로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려 한다.

     플라멩꼬 이야기를 하면서 스페인 전통음악에 이렇게 지면을 할애한 것은 스페인이 우리의 생각보다 복잡하며 유럽과 지중해 문명의 서쪽 터미널이었으며 인종과 문화의 도가니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류학적으로 이베리아 반도의 원주민으로 파악되는 민족은 북아프리카 기원의 이베로족 과 북방에서 온 켈트 족 그리고 동방에서 건너온 페니키아인, 그리스인, 카르타고인 그리고 로마인 등이다. 로마의 문화가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면서 중심적인 문화의 축 역할을 했으며 이후 북쪽에서 게르만 족이 대 이동을 하며 내려왔고 그 후 북 아프리카에서 이슬람 세력이 넘어왔으며 15세기 추방될 때까지 유태인들이 상인으로 스페인에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고 중세로 접어들기 전까지는 페르시아인, 터키인 등 지중해 해상권이 미치는 지역의 거의 모든 인종들이 스페인 땅에 머물렀다고 할 수 있다.

     거의 전 유럽을 통괄하는 스페인의 문화적 스펙트럼이 결과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고 그런 문화적 토양에서 플라멩꼬가, 어떤 면으로 보면 너무나 이교도적이고 스페인 기준으로도 이국적인 문화적 산물이 자라나고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세밀하게 이야기 하겠지만 집시적이면서 스페인적인 플라멩꼬의 탄생과 라틴 아메리카의 다양한 문화적 산물을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이민의 역사는 짧으나 원주민 문화가 거의 말살된 북 아메리카, 다른 말로 앵글로 아메리카와 비교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것은 문화적 개방성이라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하고 복잡한 스페인의 문화적 토양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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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곡이라 소개하는 경우 대부분이 춤의 이름이면서 음악의 명칭이기도 하다. 살사, 플라멩꼬, 땅고의 경우처럼 말이다.

2) 유럽의 1인 악단 스타일이 드럼세트가 탄생하게 된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차로Charro라는 것이 멕시코에서는 카우보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서부사나이의 이미지, 높은 굽의 뾰족한 구두와 특유의 챙이 돋보이는 모자 여기에 타이트한 바지까지 모두 멕시코의 차로에서 유래한 것이다. 물론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지역이 멕시코의 땅이었으므로 현재는 미국의 전통이라고 해도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차로들은 란초Rancho(농장)에서 일하며 Ranchero란 음악을 즐겼다고 하며 투우만이 아니라 로데오(소를 타고 길들이는 놀이)도 즐겼다. 어쩌면 멕시코의 전통 중 가장 강한 부분의 주체이다. 살라망카의 차로와 멕시코 중북부의 차로의 차이에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3) 2006년 영구 휴전을 맺기도 했으나 2007년 스스로 파기했다. 현재도 진행 중인 독립/분리운동이다.

4)꼬블라 밴드 형태의 연주 양식이 중요한 이유는 쿠바와 카리브 해 도서지역 그리고 그외의 아메리카 지역의 18-19세기 활동하던 밴드의 원형 혹은 기본 형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위의 차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형태상으로 단손 혹은 차랑가 밴드와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꼬블라 밴드 형태가 (스페인 외의 지역에서도 이런 규모의 악단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라틴음악과 재즈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 아우레스크와 쏘르치코는 5/4박자의 무곡이라는 점에서 싱커페이션과 당김음이 가득한 라틴음악과의 연관성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바스크 지역의 문화적 상이함과 특별히 라틴 아메리카의 지역에 이주하였다는 기록을 찾기가 어렵고 특히 플라멩꼬의 경우와 다르게 이웃한 다른 음악들과 밀접한 관계가 없었으므로 이것을 밝히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4박자를 5등분하거나 2박자를 3등분하는 비트에서 싱커페이션이 시작하며 이것이 라틴음악과 재즈의 일반적 특징이라는 것에는 그리 이견이 없는 듯 하다.

 

 참고도서 : Criville i Baragallo, La historia de la música española, Madrid, Aliaza,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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