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중앙에 보이는 피라밋의 모습. 정글의 안쪽에 펼쳐진 띠깔의 장관은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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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는 비행기로만 15시간을 가야 한다. 갈아타기 위해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20시간 이상 걸린다. 게다가 기나긴 하늘 여행 뒤에도 언어와 문화가 너무나 달라 낯섦 속에서 거친 배낭여행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 그 중에서도 ‘인디애나 존스, 타잔’ 놀이는 내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아스텍, 마야, 잉카의 유적들이 즐비하다. 이름난 유적지뿐 아니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 또한 매우 많다. 또 중미의 일부와 아마존 지역은 밀림지대이다. 밀림을 헤쳐 나가는 탐험 여행에서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는 동시에 밀림 안에 숨겨진 유적까지 발견한다면…. 이것은 인디애나 존스와 타잔의 합작품이며 생애에 몇 번 겪기 어려운 희귀하고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치첸이차(Chichen Itza)와 과테말라의 티칼(Tikal)은 ‘인디애나 존스, 타잔’ 놀이의 정수를 보여준다. 관광이 아니라 탐사나 탐험이란 단어가 어울릴 정도이다. 먼저 치첸이차가 자리한 유카탄 반도는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이다. 너무나 다른 느낌의 공간과 색깔이 공존하는 유카탄 반도는 관광객에게 종합선물 세트와도 같은 곳이라 하겠다. 천혜의 관광지, 칸쿤의 카리브해도 치첸이차의 장엄함과 신비로움엔 비할 바 아니다. 치첸이차의 입구를 지나다 보면 마법과 같이 시야가 확 트인 평원이 나타나고, 그 안에 우뚝 솟은 건축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마치 전설의 한 장면 같다. 무수한 유적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엘 카스티요(El C astillo)’라 불리는 건축물로, 하단부 한 변 길이 50여m에 높이도 30m나 되는 큰 규모의 피라미드이다. 이 피라미드는 하늘을 관측하는 천문대로서 건축물 자체가 마야의 시간관과 세계관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성’의 구조를 이해하면 마야의 모든 신비가 풀릴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 아는가. 영화 ‘내셔널 트래저’에서 나온 보물을 찾을 열쇠를 발견할지도. ‘엘카스티요’ 성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고대 구기장이다. 마야인들의 축구라 할 수 있는 ‘공놀이(후에고 데 펠로타)’가 벌어진 곳으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그 규모이다. 길이 147m에 폭 47m로 일반적인 축구장 크기의 두 배에 가깝다. 치첸이차의 유적들이 장엄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신비롭다면, 과테말라의 티칼 유적은 신비 그 자체이다. 물론 그 규모도 마야문명의 유적지 중 단연 으뜸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밀림 한가운데에 펼쳐지는 피라미드 도시는 ‘신비롭다’거나 ‘영화 같다’란 단어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티칼이 위치한 페텐은 밀림지역으로 정글에 사는 온갖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밀림지역을 차로 40여분 달리면 티칼 국립공원에 이르는데, 여기서부터는 직접 걸어서 유적지까지 가야 한다. 습식 사우나를 연상시키는 밀림과 무성하다 못해 약간 무섭기까지 한 울창한 숲, 처음 보는 이상한 모양의 벌레들과 함께하다 보면 티칼 유적지는 마치 환상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치첸이차 전사의 신전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천개의 기둥들. 무언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사진왼쪽)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제1신전.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티칼 유적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긴장하게 한다. 빛의 강도에 따라 돌의 색깔이 달라 보인다고 한다.(사진 오른쪽)
티칼은 고대도시 유적지로 기원전부터 10세기 동안 유지되었으며, 10세기 이후 마치 전설처럼 주민들이 떠나게 된다. 남은 것은 일련의 석조건축물뿐이다.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티칼 유적에서의 추억을 좀더 깊게 남기기 위해선 제4신전에서 노숙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야생동물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밀림의 밤에 초강력 밀림 모기를 쫓으며 세계 각국의 배낭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맞게 되는 일출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 중 하나이다. 밀림 속으로 번져오는 햇살과 그 햇살이 피라미드 사이를 지나 잊힌 유적지를 비추면 티칼은 감추고 있던 또 하나의 얼굴을 보여주듯 빛과 그림자의 장관을 선물한다.
최명호·라틴문화 블로그 ‘아프로’ (http://afro.tistory.com) 운영자
◇치첸이차의 ‘엘카스티요(El Castillo)’. 멀리서 봐도 아름답지만 실제로 이 피라미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보면 그 규모가 놀랍다.(사진 왼쪽) ◇제1신전과 마주보고 있는 제2신전. 제1신전에 비해 오르기 쉽고 신전 내부로 들어가는 길이 99년까지는 공개되어 있었다고 한다. (사진 오른쪽)
■여행정보
과테말라 동북부에 위치한 티칼은 10세기에 완전히 버려져 100여년 전 우연히 발견된 마야문명의 신비한 유적지로 알려져 있다. 과테말라 시티에서 1시간 동안 경비행기를 타고 풀로레스까지 가고 다시 거기서 버스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배낭여행을 즐기는 여행객은 육로가 좋다. 치첸이차가 있는 유카탄 반도에서 벨리세로, 벨리세에서 버스로 티칼에 향하면 3개국을 여행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배낭족들의 코스이므로 여행길에 자연스레 세계 각국의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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