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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 역사로 라틴아메리카 개정판 신화에서 역사로 라틴아메리카 개정판 마무리 글

Latin Feel/역사 이야기

by Deko 2012. 10. 1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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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가 새로 추가된 내용이다. 이렇게 또 한번의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신화에서 역사로 라틴아메리카”가 라틴아메리카 문명을 다룬 다른 책과 가장 확실하게 구분되는 점은 바로 우리 역사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통 라틴아메리카 문명을 설명하면서 그 특별함과 특이함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사의 발전이라는 것은 사람이라는 보편성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아쓰떼까의 인신공양 또한 에밀레종과 인당수에 이팔 청춘 춘향이를 던져버리는 이야기를 전통 동화 혹은 전래 동화로 이야기하는 우리들의 전통적 관념을 약간만 확장하면 분명히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 각 문명의 정치/경제적 구조 또한 인간이라는 보편성 안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이것을 기본 취지로 하여 원고를 구상하였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신화에서 역사로 라틴아메리카’이다. ‘신화’ 혹은 ‘전설’에서 역사로, 바로 신비가 아닌 사실로 바라보는 라틴아메리카 역사와 문화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보편성의 틀에서 이들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람이라는 보편성이라는 것을 하나의 초점으로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역사와 문화에서 우리와의 공통점을 느낄 때, 다른 이들의 역사의 슬픔과 고통을 공감할 때, 한 개인이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깊이와 너비가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가 한 개인에게 수용되어 이런 작용과 작동이 되지 않는다면 그저 생경한 정보를 수용하고 또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배설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원주민 자치권을 주장하던 과만 뿌마의 에스빠냐 왕실에 대한 인식과 표현은 중국, 명과 청에 사대를 했던 조선시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며 에스빠냐 왕실의 관료였던 뻬루의 프란시스코 데 똘레도의 입장, 자신의 사병과 본분을 망각한 사제들을 통해 명분을 주장하던 지방 호족 혹은 그 이상의 권력을 남용하던 대농장주들과의 관계와 원주민 관점에서는 용맹하게 다시 독립을 쟁취하려 했던 반란군들 사이에서 이 경우에는 여기에 저 경우에는 저기에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에스빠냐 왕실의 관료로서 본분을 다하려 했던 그의 입장 또한 이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물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신비,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들, 새로 발견된 유적들이 남아있다. 또한 새로 유적이 발굴되었다고 해도 그 비밀이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발굴된 유적들은 해석돼야 할 기호와 같다. 보편성의 틀, 이성과 합리의 틀에서 그 비밀을 해석하는 작업을 많은 고고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이 할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문명은 더욱 사람의 얼굴을 할 것이며 더 이해할 만한 그리고 더 공감할 만한 문명이 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 반대편의, 여전히 낯선 곳이다. 하지만 고추와 옥수수, 토마토 그리고 감자의 원산지이며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고구마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랑을 고백하는 데에 꽃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초콜릿, 카카오의 원산지이다. 하루도 고추 혹은 고춧가루를 먹지 않는 날이 없는 우리들에게 라틴아메리카는 실질적으로 그리 멀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매년 200톤의 은이 200년이상 대서양을 건너 스페인의 세비야와 마닐라를 통해 구대륙 혹은 유라시아로 반입되었다. 유럽에는 가격혁명이 일어났고 중국에서도 비슷하게 지정은제가 만들어졌다. 라틴아메리카는 전 세계의 경제 구조를 바꿨으며 라틴아메리카의 은은 유럽의 구매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강력한 동력이 되어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면으로 만든 질 좋은 옷을 입으려는 욕망이 방직기의 발전을 가능케 했다. 전 세계 경제/문화의 새로운 변화가 바로 라틴아메리카를 통해 일어난 것이다. 인과관계로만 보면 전 세계는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3-4세기 이스라엘 지역에서 만들어진 고급 유리병, 유리잔이 신라 고분에서 발견되는 것을 보면 이런 유기적 관계는 이미 아주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크로드 또한 하나의 루트가 아닌 적어도 둘 이상의 루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대륙을 통한 루트보다 더 강하고 활발한 교역이 바닷길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콘스탄티노플 혹은 페르시아의 항구에서 울산을 통해 경주까지, 글로벌 경제는 우리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아주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마치 영어도 현지 말도 못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동남아의 야시장에서 흥정하고 물건을 사는 우리나라 아저씨, 아줌마들처럼, 얼굴도 의복도 말도 생활 습관도 전혀 다른 이들이 손짓 발짓으로 흥정을 하고 교역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그냥 미소를 짓게 된다.

     서로의 차이점 다른 점이 교역의 이유가 되고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점으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고 결국 각 문명은 충돌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는 사무엘 헌팅턴의 생각이나 서로의 차이점이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적 구조를 통해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헤겔의 생각도 얼마나 순진하며 단순한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나와 다른 이, 타자가 결국 다르기 때문에 날 해칠 것이라는 겁먹은 이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르기 때문에 무언가 팔 수 있고 무언가 교환할 수 있을 것이란 장돌뱅이적 혹은 장사꾼적 사고는 대립과 전쟁이 아니라 교역을 만들게 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게 된다. 이 상황에 작동하는 것은 변증법적 논리가 아니라 수학적 논리이다. 하지만 어떤 면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 수학적 논리는 우리가 말하는 정情보다 강하지 못하다. 정은 그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신용을 통해 생긴다. 이것은 통장은 잔고, 신용대출 등에서 말하는 그런 믿음과 신용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것은 감정적 교감을 통해서 생기는 것이며 이를 통해 그 혹은 그녀가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 혹은 나와 비슷한,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이 글 혹은 글들의 목적을 밝힌다. 이해를 통한 감정적 교감이다. 그들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라틴아메리카는 계산기에서 보이는 숫자로 그들의 존재의미를 파악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 우리가 이해할 만한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땅, 라틴아메리카. 이 글은 이런 목적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런 공감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것은 순전히 개인적으로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만이 아니라 많은 전공자들이 있고 더 출중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그런 부족함을 메우고 더 훌륭한 저작들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출판할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졸작인 신화에서 역사로 라틴아메리카를 본인보다 좋아해주고 또한 좋은 평가를 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 드리고 2011년 우수교양도서로 선정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덧붙임: 전통의 현대화라는 측면에서 멕시코 시티 북쪽에 대표적인 건물은 Torre insignia또레 인시그니아이다. (번역하기가 애매한데 인시그니아의 의미가 '상징적인', '대표적인'이란 의미이며 또레는 빌딩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결국 상징적 혹은 대표적 건물이란 의미가 된다.) 이 건물은 마얀 아치를 응용하여 중심각이 약 22.5도 정도의 이등변 삼각형의 철근구조를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건축에서 전통의 현대화란 개념을 아주 확실하게 표현한 건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개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무언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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