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서 역사로 라틴아메리카 개정판 1.잉까 풍요의 비밀 "냉동(냉장)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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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에서 역사로 라틴아메리카 개정판에 새로 들어갈 내용을 벌써 1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는데 현재까지 재판 혹은 개정판의 계획이 없어 8개의 테마를 키워드 가이드에 올립니다. 아마 책을 안보신 분들에게도 상당한 흥미를 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1. 잉까 풍요의 비밀 "냉동/냉장 건조"

     사막에서 고산지역까지 다양하게 펼쳐진 잉까의 지형은 계단식 밭, 안데네스을 통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비례하여 발전된 저장 보존 방식 없다면 이 풍요로움은 허상이다. 몇 달도 되지 않아 작물들은 썩기 시작할 테니 말이다. 사실 진정한 잉까 제국의 비밀은 현재에도 경이로운 건축물이 아니다. 바로 냉동 혹은 냉장 건조 방식이다. 사실 이 냉동 혹은 냉장 건조 방식은 식량을 보존하고 보관하는 방식으로 알려진 것이 아니다. 바로 잉까의 미라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원주민 소녀가 그냥 참을 자는 것 같지만 사실은 미라이다.

     고온 건조한 지역인 나스카 문명 지역에서 기후 탓으로 완전히 건조된 미라가 처음으로 발견되었고 이후 인신공양이 된 시체가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에서 냉동 건조되어 발견되었다. 이집트와는 다르게 내장을 제거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살아있는 사람인양 고통스런 표정까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이후 남아메리카의 고산지역에서 많은 미라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DNA 연구를 비롯하여 위장에 남아있는 음식물 등을 분석하여 당시의 생활상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도 남아메리카 특히 뻬루에서 발견된 미라는 일본에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기도 한다. 

     보통 미라는 그 자체로 중요한 고고학적 유적이다. 하지만 냉장/냉동 건조방식은 미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어떤 목적도 없다. 그저 고산지역이라는 자연환경으로 인한, 아주 당연한 것이다. 잉까는 이 고산지역의 환경을 각종 작물들, 양식을 보관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였다. 고산지역에 저장고를 만들고 자연건조 및 냉장/냉동을 시키면 작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옥수수, 감자 같은 작물들은 최대 6년 혹은 그 이상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잉까 제국이 2-3년 정도의 기근, 가뭄, 홍수 등의 자연재해에도 어느 정도 식량 수급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이며,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냉장고의 역사가 채 백 년도 되지 않았으며 냉동식품은 그 보다 역사가 더 짧다는 것을 생각하면 잉까의 식량 보관 수준은 당대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고 할 수 있다. 

냉장/냉동 건조된 감자, 약간 색이 짙어진다. 추뇨Chuño라고 부른다.  

요리된 추뇨, 보통 기름에 볶거나 삶아서 먹는데 씹히는 식감이 마치 섬유질이 많은 과일같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작물의 작황부터 분배 그리고 보관 등이 모두 중앙에서 관리되었다는 것이다. 잉까의 길과 끼뿌를 통해 철저하게 관리되었으며 모자란 곳은 채워주고 넘치는 곳은 따로 보관하는 눈에 보이는 손이 작동하는 사회였다. 이런 시스템이야말로 잉까가 대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또한 잉까 제국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시스템 안에 들어간다는 말을 의미했다. 대규모 군사 원정에서도 다양한 물자가 중앙의 통제를 통해 배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얼마나 풍족했는지 혹은 허상은 아닌지 현재 확실히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여러 기록과 현재 발견되는 유물들을 미루어 짐작하면 적어도 굶주리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현재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냉동식품의 역사는 60년 내외이다. 하지만 냉동식품과 냉장/냉동 건조방식은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잉까에서 간단히 조리한 후 냉장/냉동 건조 방식으로 음식물을 저장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한다. 한번 조리하면 살균효과가 있으며 수분으로 조리될 경우 건조되면서 자연상태보다 더 건조되므로 오히려 보관에 용이하다. 물론 조리해서 먹을 경우에도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토기에 담아 간단하게 조리한 후 저장고에 넣어 냉장/냉동 건조하여 보관하고 필요할 때 물을 첨가하고 기타 양념을 더한 후 다시 데워 먹었다고 한다면 이 지구에서 최초로 인스턴트 냉동식품을 먹은 문명이 바로 잉까 문명이 될 것이다. 물론 현재까지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당시 잉까에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잉까는 최초로 냉장고와 흡사한 보관방식을 사용한 문명이며 조리방식 등에 대한 세밀한 부분은 현재 전해지지 않으나 다른 문명과는 다른 수준의 식감을 즐겼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잉까에 대한 이미지, 웅장한 건축물의 미스터리 한 문명이 아니라 풍요로운 아니 적어도 굶주리는 이들이 없는 문명으로 이미지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