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카미카제 이미지
아주 작은 개인사적 사건에서 인류 보편의 사건으로 나가가는 구성은 요즘 유행하는
다큐멘터리의, 특히 역사 다큐멘터리의 구성을 따라가고 있다.
감동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는 뒤에 가서 말하도록 하고
일본계 미국인인 감독은 자신의 친척이 카미카제 특공대였다는 사실을 알고
카미카제 특공대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카미카제 특공대에 갖고 있던 선입견도 보여준다.
그 선입견이라는 것이 왠지 익숙한 이미지이다.
(다큐에 등장한 카미카제의 이미지들)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는가?
어디?
어디?
자살 테러, 자살 공격
만화의 악역 같은 모습,
광기에 빠진 요새 유행하는 사이코 패스 같은 모습.
요새의 아랍 테러범들의 모습과 카미카제 특공대 대원들의 모습은
묘하게 겹친다. 물론 자살 테러라는 공통점도 무시할 수 없다.
카미카제의 공격에 타격을 입은 미국의 항공모함
카미카제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일본에 존재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카미카제를 대하는 시선이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인 것 같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마친 숭고한 영웅들.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 전에 카미카제 관련 영화를
보여주며 불굴의 의지를 강조하는 부대장도 있었다.
6.25 때 소련제 탱크에 화염병을 들고 뛰어들었다는
국군의 모습, 사실 국군의 그런 무용담은 여기 저기에
특히 예전 교과서 7-80년대 교과서에서 무수히 찾아볼 수 있었다.
똘이 장군만화가 히트 치던 그런 시대에 말이다.
아무튼 그런 무용담이 카미카제 특공대와 같은 것일까?
서구 열강들의 아시아 식민지화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이 어쩔 수 없이 칼을 들게 된 것이라는 변명도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악마와 싸우기 위해 악마가 되었다는 말과
같은 논리이다. 악마는 그저 악마일 뿐이다.
물론, 서구 열강들이 아시아를 잠식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아편전쟁에서 청나라가 패배하고 나자
동북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이 대동아 공영이라는 것을 내걸었을 때는
이미 2차대전이 발발한 이후로 미국을 제외한 서구 열강들은
본국의 사정이 급박했으므로 아시아의 식민지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 사이, 유럽의 대규모 전쟁으로 인한 힘의 공석을 이용하여
일본은 그 넓은 땅을 쉽게 정복하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근간에는
미국의 석유공급이라는 것이 있었고
독일이 전쟁을 할 수 있었던 것, 수많은 전투기가 런던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을 폭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미국의 석유가 있다.
2차 대전 유럽의 마무리 투수처럼 미국은 등장했고
일본에게는 석유 공급을 하지 않았다.
일본 본토도 본토지만 식민지였던 당시 조선은 엄청난 수탈을
전쟁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탈당해야만 했다.
사실 미국이 석유를 공급하지 않은 그 순간 당시 전세를 잘 파악하여 일본은
동맹국의 일원으로 항복을 하고 아시아의 식민지를 포기했다면
반딧불의 묘 같은 작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자신이 화를 부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진주만을 폭격하고
전쟁이 시작되자 이번에는 빈집에 그냥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은 압도적인 힘의 우세를 바탕으로 일본을 압박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카미카제가 등장하게 된다.
허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모든 주요 도시들은
B-29의 폭격을 당하고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며
결국은 원자탄도 얻어맞게 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이들은 솔직하지 못하다.
무언가 빼먹은 것이 있다.
의도적이었나? 그냥 감독은 휴머니즘적인 마무리를 하고 싶었을까?
왜!!!!!!
그들은 그렇게 했는가?
어떤 이들은 이순신 장군과 해군의 모습과 6.25때의 국군과
카미카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본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숭고함, 그 희생정신, 충忠, 군인의 기본정신까지.
물론 카미카제 특공대도 자신들의 나라, 당시 기준으로 일본 제국을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들은 일본군인이자 종교의 광신도들이었다. 신도라는 말은
아직도 일본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단어이다.
그리고 일본의 왕이 있다.
일본의 왕은 그냥 왕이 아니라 일본의 민간 신앙인
신도(神道)와 신적 가문의 최고 사제로서 신성불가침의 영기(靈氣)를 이어받았다고
믿었던 것이다. 즉, 왕이자 제사장인 존재, 원시 부족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제정일치,
신적인 권한을 가진 인간, 아니 그 자체로 神인 존재.
덴노 혹은 천황. 중국의 황제가 천자라고 불린 것과 비교가 되는
천황을 믿고 섬긴 것이 바로 일본 제국주의인 것이다.
덴노의 태양이 전 세계를 비출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광신도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항복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 특유의 신앙에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가 더해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신앙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은 광신도 이다.
나라를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런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린 애국자가 아니라
자살테러를 하는 이슬람의 폭탄테러와 똑 같이 자신이 믿는
신의 영광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것이다.
이 다큐에는 이것이 빠져있다.
일본인의 무서운 종교 그리고 그 중심의 덴노.
패전 이후 덴노는 특이하게 인간선언이라는 것을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전에는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 신도는 해체된다. 여기에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언제라도 이 국가 신도라는 제정일치의 구조와
파쇼가 합쳐진 일본 제국주의는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카미카제를 이야기할 때 이것이 빠져서는 안 된다.
왜냐?
카미카제야 말로 그 모든 것을 한 단어로 함축하는
상징적인 명칭이기 때문이다.
일본군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쉽게 항복을 못한 것이었고
그래서 일본의 민중들이 전쟁의 피해로 고통을 당해야 했고
덴노라는, 자칭 신이라는 넘은, 모든 것의 원인, 혹은 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은 죽인 그 넘은……
그냥 지명대로 살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애국심과 광신과 맹신에 의한 행위는 다르게 보아야 한다.
물론 국가 이데올로기가 강해지만
민족주의에서 배타적 민족주의로 그리고
전체주의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애국심이 기본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무엇보다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것에
100배 이상으로 일본은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보아야 한다.
이런 휴머니티가 아니다.
덴노가 신인가 양놈들에게 무릎 꿇은 나약하고 비겁한
책임이란 것을 모르는 비굴한 인간인가?
(적어도 신이었다면 자기 배라도 갈랐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일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철저한 자기 환멸이다.
서구 열강에 대항하는 뭐 이런 궁색한 변명이 아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의 재림이 일본에 있었다.
일본에 신이 내려왔고 그가 전쟁을 명령했으며
우리는 승리했었다.
그러다 패배했다.
모든 국토는 유린당했으나
우리는 목숨을 던져 신의 명령을 따르려 했다.
우리는 모두 미쳐있었다.
신이라 믿었던 그 인간은
옹졸하고 비열하며
비겁했으며
나약했다.
우리는 모두 미쳐있었다.
이런 고백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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