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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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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사람 나랑 같은 책을 본 게 맞아 ..??

나랑 같은 영화 본 게 맞아 ..??


암튼 재미있는 순간들이다. 물론 틀리다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좀 다른 것일 테지만 말이다.



허진호 감독... 굉장히 마르고 섬세한 스타일의, 약간 히스테리도 있을 듯한, 물론 내 개인적인 편견이었
지만, 그런 스타일의 사람일 줄 알았는데 아니, 짐작했었는데 알고보니

수더분한, 듬직한, 인심 좋은 동네 슈퍼 형같은 모습이다. 언제나 뭐 하나 더 챙겨주는 ...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모두 좋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쳤다.

배우 배용준은 아마도 욘사마가 된 탓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지만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라
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란 드라마를 기억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경우는 ‘끌림’의 단계에서 끝낼 수 밖에 없는 애절함 때문에 더 기억이 나며 비오
는 장면, 우산을 같이 쓰고 걸어가던 장면, 젓은 심은하의 제복에서 살짝 드러나던 브라의 모습과 자신
쪽으로 당기는 한석규의 손길 ... 잊기 어려운 장면이다.


봄날은 간다’에선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멋진 대사. 가수 비의 1집에 What`s Love 라는 곡이 있
는데 그 곡에서 렉시가 ‘변하는 것이 사랑이다’라는 랩을 날린다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가 아니라 ‘변
하는는 것이 사랑이다’
. 이혼을 하던 이별을 하던 누구나 사랑은 변한다는 것을 안다. 사랑은 변하지 않
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 끌림과 변해버린 사랑 ... 사실 이 두 가지 정말 잘 어
우러진 영화가 ‘외출’이었는데
...


아무튼 이번에도 ‘변해버린 사랑’이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다. 근데 제목이 행복이다.

사랑과 행복 ... 과연 무슨 이야기일까 ?


예수의 산상수훈 중에서 궁휼히 여기는 자는 궁휼히 여김을 받을 것이란 말이 있다.

불쌍하고 측은히 여기는 사람은 그렇게 여김을 받을 것이란 말인데 ... 시한부 인생은 아니라 해도 중병
의 걸린 환자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변하는 순간은 바로 남자의 병이 좋아지는 순간이다. ‘난 이제 더 이상 환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그를
변하게 했다
. 자신의 입장이 바뀌자 더 이상 그녀를 불쌍하게 볼 수가 없다. 그저 그녀의 모습이 지지리
궁상으로 보일 뿐이다
. 허나 그 궁상의 삶에서 본인이 살아났으며 다시 생명을 얻었다. 그가 그렇게 원
하던
, 혹은 살아왔던 삶에서 죽음의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나 무지하다. 다시 죽음의 길
을 찾는다
. 그것이 어쩌면 몸의 욕망이 이끄는 길이었을 것이다. 바로 죽음의 길 말이다. 사랑이 없는 에
로티시즘이 죽음의 길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 폐암환자의 자살이 결국 자신의 길이 되었다. 폐암 말기에
담배를 찾던 바로 그 모습말이다
.


여자 또한 이별을 예감한다. 몸이 좋아진, 건강해진 남자의 모습에서 말이다. 놀이기구를 타는 남자와
놀이기구 밖의 여자
, 밝게 웃으며 흐르는 눈물, 저만치 떨어져있는 이젠 자신의 옆으로 올 수 없는 남자
를 여자는 안다
. 그리고 불안함. 하지만 그래도 믿는....

너무 모순적이다. 마치 ‘봄날은 간다’에서 다시 찾아온 여자를 받아주지 못하는 남자를 보면서 ‘병신아
잡아
!! 네가 잡아야 해 !!’라고 화를 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화가 난다. 저거 아니잖아 !! 그러면 안되잖
!!

내일은 알 수 없던 환자였을 때 그들은 건강했고 행복했으며, 건강했다고 믿고 있을 때 (사실 의학적으
로 완치는 아니었다
) 누구보다 아프고 불행했으며 아예 마음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리
고 여자는 죽었고 남자 또한 그 길을 따라갈 것이다
.

촌구석과 도시 그 중심의 유흥가라는 이원적인 대립은 사실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를 담고 있다. 물론
임수정과 공효진이라는 배우의 이미지
, 영화 속에서의 이미지도 그러게 대립적이지 않다는 것이 좀 특
이하긴 했지만 만일 너무 대립적이었다면 모든 원인이 여자에게 돌아가게 될 테니 너무 통속적이 되었
을 것이다
. 유혹 자체 보다는 유혹에 넘어간다는 것이 더 중요할 테니 말이다.


영화는 이런 과정, 이런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그린다. 이 영화에서 꾸며진 어떤 것을
보기기 어렵다
. 작위적인 설정과 그런 연기를 ... 보면서 크게 웃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것은 이야기 속에서 내 모습이 문득 보일 때
, 그런 공감이 느껴질 때였을 것이다. 그러면 ‘안되잖아’는
‘너 그랬으면 안되었어’하고 내게 말하는 것이며 내게 화내는 것이며 ‘너도 그랬잖아’하며 웃음이 나는
것일 것이다
.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관계가 슆지는 않은 것 같
. 그래서 인간에게 종교가 필요한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몸과 마음 혹은 영혼의 이분법을 이야기하
는 것은 아니다
. 시골 촌구석의 남녀 또한 육체적인 관계가 거세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사랑과 몸의 욕
망으로 구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 사랑을 하는 남녀는 행복하다. 근데 사랑이 변한다. 아니 변할 수 있
는 가능성
,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사
랑의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 물론 가능성은 가능성이다. 확실하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 두 사람의 의지만이 그것을 변하지 않게, 사실은 매 순간 새롭게 하는 것일 테지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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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인간은 누구나 뒤진다.(좀 강한 표현을 쓰고 싶어서) 중환자만 뒤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다
뒤지는 것이다
.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다. 자신의 마음을 100%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
문이다
. 그것도 나만 혹은 어떤 누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

구라도 그런 것이다. 모두가 좀 불쌍한 존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들은 위에 쓴 것의
반복이 될 것 같다
. 한 영화가 보는 이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도 하고 그 영화만의 개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
. 그래서 허진호 감독의 영화가 내게 매력적인 것 같다. 특히 유흥가에서 잔뼈가 굵은 남자
가 영화 안에서는 거의 그런 느낌이 없다는 것
, 이 설정 또한 계산적이다. 그래서 그 캐릭터가 많은 이들
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진한 전라도 사투리에 통속적인 깡패 캐릭터였다면 이 영
화 좀 웃겼을 것이다.


허진호 감독 영화 중에서 그래도 재대로 사랑한 커플이 바로 이 영화의 커플인 것 같다. 관계 설정도 아
주 신파다. 허나 이런 신파라면 몇 번이라도 봐주겠다. 다만, 다음 영화에 해피엔드를 기대한다면 너무
무리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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