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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상상, 기억없이 사랑이 가능합디까? 영화 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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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질적으로 기억에 의존하는 존재이다.

내가 누구인지 질문하는 유일한 생명체이며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 또한 기억에서

개인의 기억이건 아니면 공동체의 기억이건

공동체를 넘어 역사에 존재한 집단적 기억이건

기억이 없이 인간은 존재하지 못한다.


영화 노보novo를 처음 봤을 때

정말 뭐 이런 영화가 있나 싶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만한 수준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때도 잘났다고 뭐 그랬던 것 같은데.

뭐 아무튼 .... ㅋㅋ


라틴계에 이렇게 생긴 여자들이 적지 않다. 




인간의 정체성만이 기억의 문제는 아니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혹은 남자가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과연 사랑이 가능할 것인가?

영화 노보는 바로 여기서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얼마전에 개봉한 서약The vow 또한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며 끝이 났으나 

서약의 여자 주인공은 어떤 계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180도 바꿨기에 

해피엔딩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이야기에서 

둘은 결국 영원한 남남이 되었고 둘의 시간은 버려지고 말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떨까?

사랑에도 기억이 중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상처와 아픔 또한 기억에서 비롯된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상처와 아픔에서 비롯되는 죄의식, 혹은 일반적인 양심 또한

기억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기억이 없다면 이 행위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아름다운 것인지 추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물론 칸트라면 선험적인 혹은 정언명법에 의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근본적이거나 원론적인 부분, 다른 이를 억압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이를 폭행하거나 살생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계약 혹은 약속을 통해 발전한 복잡한 도덕성에 관한 부분은

기억이 없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 정말 그런데 매혹되는 것은, 반하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그녀 혹은 그에게 반하는 것은 절대 기억과는 관련이 없다.

물론 오래 알고 지내다가 사랑에 빠지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情)이 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사실은 그게 더 무섭고 강렬하다고 하지만 말이다. 


매혹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어떤 법칙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쳐다보는 눈빛에서 어떤 사람은 체취에 의해

어떤 사람은 건네는 목소리에 어떤 사람은 손의 따뜻한 온기에

어떤 사람은, 보통 남자의 경우 외모와 몸매를 보고

물론 여성의 경우도 외모에 몸매에 반하는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성격이 좋아서 아니면 정이 들어서 끈질기게 버티다

권태에 빠지게 되는 관계가 아니라

매번 처음 같은 관계라면 어떨까?



영화 노보는 이런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사랑이 혹은 정체성도 과연 기억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보통 주변의 커플들을 살펴보면 전에 사귀었던 사람과 비슷한 이미지의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고 전에 사귀었던 사람과 전혀 반대의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 모두 기본적으로 소유욕에서 시작하여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그리고 다른 이들은 얼마나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면 정말 자유로워질까?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억에서 완벽히 자유로워지면 사실 그것은 기억상실이나

코마 상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기억이라는 것은 이야기가 있다. 스토리가 있다는 말이고 

나름 이성적인 영역에서 이루진다는 말이다. 

하지만 만일 DNA라는 것이 있고 천성이 있고 

타고난 것이 있다면 

모든 체험적 경험에 앞서는 선험적인 것이 있다면 ?

영화로 돌아와 이야기하면 내가 이 여자를 혹은 이 남자를 사랑하는 

이성적인 이유도 감성적인 이유도 아니고 본능적인 어떤 것이 있다면?

'나'라는 정체성에 경험적인 것이 아니고 선천적인 어떤 것이 있다면? 


'나'라는 것은 운명이라는 것은 그렇게 결정되어 있는 것일까? 

글쎄 .... 


전적으로 그렇다고 하면 사랑에 빠지는 본능적인 이유만큼 사랑이 식어버리는 어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아닐까? 물론 싫증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왜 새로운 것을 찾고 익숙한 것에 권태로움을 느끼는지, 그것이 당연한 것, 어떤 면으로 본능적이라 

하긴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거의 비슷한 방식의 농업 수렵 등의 생활방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의 주인공에게 아예 기억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저 기억의 유통기한이 하루일 뿐이다.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다. 그저 오늘 뿐이다. 


어제의 나에 대한 기억와 미래의 나에 대한 걱정, 생각이 없다면? 


그렇게 살기는 어렵겠지만 한번 정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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