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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에서 핀 꽃 라틴재즈 3. 재즈와 라틴재즈 : The master ke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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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베는 아프로-라틴 음악의 맥박(脈搏)과 같은 것이다. 리듬의 맥, 그것이 클라베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살사음악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첫째 마디에 3연타 그리고 두 번째 마디에 2연타를 치는 클라베 리듬을 적어도 한반 이상 들어봤을 것이다. 씬끼요와 클라베는 당김 음의 활기찬 느낌의 리듬의 기본이라는 것은 공통점이나 클라베는 4박자 계열 혹은 3박자 계열의 음악에도 기본적으로 2마디를 기본으로 하고 씬끼요는 한 마디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 큰 차이이다. 다시 말해 씬끼요의 영향을 받아 쿠바에서 발전한 단손, , 맘보, 차차차 그리고 우리가 현재 살사라고 부르는 음악도 클라베 리듬패턴이 기본이 되어 두 마디가 리듬의 기본 단위이며 춤으로 말하면 왼발과 오른 발 스텝을 모두 한번 씩 하는 것, 걸음으로 표현하면 세 걸음과 세 걸음, 여섯 걸음이 리듬의 기본 단위가 되는 것이다. 왜 음악을 설명하며 춤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해하실 분도 있을 테지만 20세기 중반까지 춤고 음악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관된 것이었으며 특히 쿠바를 비롯한 카리브해의 지역은 춤이 음악을 이끌기도 했고 음악이 춤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므로 음악을 감상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또 하나의 주체인 춤의 관점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물론 각각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유기적인 일체감, 음악과 자신의 춤과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4박자 계열의 춤을 출 수 있는 곡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음악에서 클라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심지어 클라베가 연주되는 않는 부분에서도 클라베 패턴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의 맥박이라는 명칭은 그저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만들어진 리듬만이란 의미는 아닐 것이다.

     노래와 다른 악기들이 모두 클라베 패턴을 존중한다. 인간의 몸도 여러 가지 다른 운동을 하고 항상 같은 자세는 아니다. 또한 심장 박동이라는 것도 여러 가지 상태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고 혈압이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맥이 뛰는 곳은 항상 일정하다. 클라베도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이다. 여러 상황에 따라 속도와 강도는 달라지나 소리가 날 부분에서만 소리를 낸다. 하지만 우리의 몸에서 맥박이 뛰는 곳만 피가 순환하는 것은 아니다. 맥박이 뛰지 않는 곳에서도 피는 흐른다. 클라베는 음악 안에 흐르고 있는 혈액의 존재를 드러내는, 흘러오고 흘러가는 어떤 기운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증거이지 흔적인 것이다.

 


손 클라베와 룸바 클라베.





      클라베는 두 종류가 있다. 룸바 클라베1와 손 클라베가 바로 그것이다. 악보에서 보면 첫 마디에 차이점이 있다. 첫 마디 세 번째 리듬의 차이는 그 사이 4분 쉼표만 있느냐 4분 쉼표와 8분 쉼표가 함께 있느냐의 차이이다. 룸바 클라베의 경우 8분 쉼표를 기준으로 보면 트리플 비트가 그 사이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엇박이 아니라 트리플 비트가 숨어있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룸바 클라베는 말 그대로 아프리카적인 요소가 강한 쿠반 룸바곡에서 볼 수 있다. 또한 로스 방방의 타악기 연주자 창기또Changuito가 창안한 것으로 알려진 송고Somgo 음악에서 굉장히 빠른 템포로 연주되기도 하고 라틴재즈에서는 아프리카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손 클라베의 경우 손 음악의 거의 모든 경우에 사용되고 템포가 빨라지면 살사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 씬끼요와 하바네라 리듬패턴 그리고 클라베 패턴을 악보로 살펴보면 상이하게 보일 수 도 있으나 손뼉으로라도 직접 연주를 해보면 공통으로 느껴지는 리듬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리듬들의 차이점에서 리듬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복잡하고 지역적인 스타일에서 단순하고 보편적인 스타일로 리듬이 발전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라틴음악의 일반적인 발전을 리듬으로만 표현하면 ‘씬끼요에서 손 클라베로’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흐름은 송고의 등장이나 엇박이 많이 들어가고 복잡한 리듬의 재즈 연주곡에서 마치 역행하듯 등장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회적이거나 평면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제목에는 리듬의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el ritmo caballito2이다. 쉽게 발 발굽소리 리듬이라 할 수 있다. 보통 꿈비아Cumbia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리듬으로 현재 유행하고 있는 레게똥Regeton에서도 그 영향을 찾을 수 있고 멕시코의 북부 전통 음악과 미국 남서부 컨트리 음악에서 그 영향이 발견되기도 한다.

     꿈비아의 특징 중 가장 귀에 들어오고 눈에 띠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리듬이다. 아주 간단한 두 파트로 이루어진 (2/4 혹은 4/4박자계열의) 리듬이 연주되는 것을 들으면 그 약간 엇박이 가미된 그 리듬을 통해 템포의 차이와 멜로디 그리고 악기 구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같은 꿈비아로 인식한다. 이것은 꿈비아를 즐기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꿈비아를 처음 접하는 사람마저도 그 리듬의 유사성에 의해 누구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물론 꿈비아의 리듬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음악과 춤인 메렝게, 바차타와도 닮아있고 살사와 맘보에서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3.




      사실 쿵짝 쿵짝 하는 리듬은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이 말 타는 소리는 우리말로는 “떠그덕~, 떠그덕~, 스페인어로는 “따까따takata~ 따까따~"로 표현한다. 모두 말을 타고 달릴 때 나는 소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 리듬을 까바이또Caballito라고 부른다. 앞서 소개한 씬끼요Cinquillo 함께 거의 모든 라틴 음악에 영향을 미친 리듬으로 꼽히며 특히 까바이또의 경우 애상적인 곡, 마치 걷는 속도와 비슷한 템포의 애상적인 곡이나 달리는 말과 같이 빠른 템포의 곡에서도 이 리듬은 살아있는 실체를 드러낸다.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까바이또와 씬끼요 거의 모든 라틴 리듬의 부모(父母)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4. 기본형태는 3연음 혹은 3연타 스타일이나 ‘떠그덕의 그’ 혹은 ‘타까따의 까’ 즉 3연타의 중앙을 생략하고 마지막 비트를 강조하면 꿈비아 메렝게 그리고 레게 리듬과도 흡사해진다. 물론 이것은 느리게 걷는 말 발굽소리를 연상해보면 리듬의 변주라기 보다는 자연스런 반영, 말 발굽소리의 자연스런 반영이라 봐야 할 것이다. 라틴 재즈 혹은 살사에서는 귀로guiro나 카우벨cowbell이 이 리듬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라틴 재즈의 기본이 되는 씬끼요와 클라베 리듬과 이 까바이또 리듬이 유기적으로 어울리며 이 리듬들이 동종(同種)이라는 것, 쉽게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틴음악의 출발점을 찾으려 한다면 역시 말 발굽소리에서 찾아야 할 것이며 오히려 씬끼요가 까바이또 리듬의 변주라고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나5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6.

 

 

   

el ritmo caballito 혹은 el ritmo caballo 혹은 el ritmo a caballo의 기본 패턴이다.  꿈비아 메렝게 등에 대표적으로 사용된다. 





꼼빠이 세군도의 A caballo vamos pal monte이다. 약간 느린 까바요 리듬이 사용되었는데 발 발굽 리듬이 정말 산 위를 오르는 

말의 움직임처럼 느껴지지만 다른 악기가 강해 타악기의 패턴이 잘 파악되지 않을 수도 있다. 

노파심에서 이 곡은 보통 꼼빠이 세군도의 곡으로 소개되지만 리드 보컬은 엘리아데스 오초아이다. 

꼼빠이 세군도는 베이스 화음을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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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룸바 클라베는 그저 아프리카적인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영화 calle54에는 스페인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차노 도밍게스가 플라멩꼬의 기본적인 리듬을 설명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그런데 차노가 설명한 리듬은 룸바 클라베를 닮아있다. 그러므로 씬끼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룸바 클라베라는 리듬 자체를 지역적인 것, 민속적인 영향을 많은 받은 것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단순하게 아프리카적이라거나 흑인의 영향이라 말하는 것은 사실 어떤 면으로 상당히 단순하며 또한 무지해보이는 일이다.

 

2.  까바이또 리듬에 대한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초점이다. 개인적으로 더 발전시켜 논문화시킬 예정이다.

 

3. 고인이 된 셀리아 꾸르즈의 La vida es un carnaval인생은 카니발이라는 곡의 첫 부분은 꿈비아이고 사비부분은 살사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종류의 음악을 느낄 수 있다면 일단 적어도 어떤 Feel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지역별, 문화별 특성으로 구분하면 현재의 국가의 모습, 국경선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나오지만 현재는 전체적인 공통성보다는 지역적 차이 각 국가별 자신들만의 전통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하나로 묶는다는 등의 구분법이 쉽게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이것은 우리의 문화를 중국이나 일본의 것과 동일하게 분류하는 것과 같은 행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씬끼요와 까바이또 리듬의 차이는 씬끼요가 어떤 느낌, 엇박과 업템포의 느낌을 중요하게 보는 반면에 어찌되었건 까바이또 리듬은 구체적 형태가 있는 리듬이라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모두 변주가 가능하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나 씬끼요가 느낌을 강조하는 개념이라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경형이 있다. 또한 까바이또 리듬의 삼연음은 차차차와 깊은 관련이 있다.

 

5.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나 까바이또 리듬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면 어렵지 않게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초기 맘보, 뻬르스 브라도의 맘보를 듣다보면 까바이또 리듬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물론 다른 맘보 곡들에서도 들을 수 있다.

 

6. 꿈비아를 설명한 글에서 언급한 부분이므로 반복하지는 않겠다. 대신 꿈비아에 대한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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