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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에서 핀 꽃 라틴재즈 3. 재즈와 라틴재즈 : The master ke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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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재즈와 라틴재즈#1 : The master key,

                                el cinquillo, la clave y el ritmo caballito

 

 

씬끼요el cinquillo와 클라베la clave 그리고 까바이또 리듬

 

 

     멕시코만과 카리브해의 음악의 근원에는 두 개의 씨앗이 있다. 바로 씬끼요와 클라베이다. 씬끼요는 아프로-라틴 음악 중에서도 춤을 출 수 있는 흥겨운 음악의 원형이라 할 수 있고 클라베는 쉽게 아프로-라틴 음악의 맥()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쿠바음악이나 라틴 아메리카 음악의 발전을 언급할 때 흑인의 리듬에 백인의 멜로디를 조화시킨 것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이것은 약간 어색한 표현이다. 음악을 분석하기 위해 우리는 리듬과 멜로디라는 초점 혹은 기준점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음악은 하나의 유기체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100% 유럽적인 것, 혹은 백인의 것이 존재한다면 그 독자성에 의해 다른 어떤 것과도 쉽게 섞일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아프로-라틴 음악의 경우 그 경계가 어디인지 경계라는 것이 있기는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섞여 마치 새로운 어떤 것으로 보이기까지도 한다. 과연 유럽적인 것 중에서 멜로디만이 아프로-라틴음악에 수용되었다면 두 가지 경우이어야 한다.

     첫 번째 오랜 시간을 두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비슷해지는 경우이다. 세월을 모든 것을 변하게 하므로 당연히 오랜 시간 동안 영향을 주고받게 되면 비슷해지기 마련이지만 비슷함과 완벽한 용해, 하나로 섞임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경우는 좀 더 현실성이 있는 것으로 사실 알고 보니 둘이 원래 닮아있었던 것이다. 서로 너무나 다르게 보였지만 알고 보면 비슷한 구석이 꽤 많이 있어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도 많다. 음악 혹은 문화도 이와 흡사하다. 알고 보면 서로 닮은 부분이 많고 그 비슷한 부분이 본질적인 부분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하나로 융합되기 쉬울 것이다. 유럽문화, 특히 라틴계, 로마제국의 일부였거나 그 문화 영향을 크게 받은 지역은 로마가 북 아프리카 지역을 포함하는 제국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아프리카로부터 문화적 영향을 받았으며 스페인 남부와 동유럽의 경우는 아랍문화의 영향과 집시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화적 다양성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씬끼요이다.

 

      씬끼요는 리듬의 스타일을 말하는데 당김 음이 많이 들어간 리듬 패턴이며 아랍음악의 발라디Balasdi 그리고 스페인 플라멩코 중에서도 땅고Tango1) 그리고 원주민 음악이 섞여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로-라틴 음악에서 춤을 출 수 있는 흥겨운 음악들의 기본적인 리듬패턴이 바로 씬끼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씬끼요는 당김 음이 기본되는 재즈, 아프로 라틴 음악의 아버지 혹은 씨앗이라 할 수 있다. 씬끼요는 스페인어 5(cinco)와 관련이 있는 용어이다. 쉽게 설명하면 2/4박자에서 2마디를 그리고 4/4박자의 한 마디를 5등분했다는 의미이다. 물론 정확하게 5등분한 것은 아니다. 3-2의 구조 혹은 2-3의 구조를 보이는데 나누어지는 박자의 배분은 시대별 지역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다. 다만 그 형태는 엇박이 많이 들어간 형태이며 그 느낌은 배분율에 상관없이 비슷하다.2)



2/4박자에서의 일반적인 씬끼요 형태



아바네라의 기본리듬과 일반적 변형형태, 악보상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연주를 해보면 그 느낌이 흡사하다.




      또한 씬끼요는 유럽에서 유래된 것이며 그 성향으로 미루어보아 유럽의 뱃사람들과 고향을 떠나야 했던 유럽의 하층민들이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구의 선술집에서 그리고 술 취한 거리에서 마을에서 열렸던 축제에서 그렇게 이루어졌던 놀이가 그저 놀이로 끝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취를 남긴 것이다.

      쿠바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는 영화 calle54중 인터뷰에서 씬끼요가 외부로부터 유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씬끼요는 얼마 전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아이티에서 1790년경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세기부터 쿠바의 서쪽 아이티와 인접한 싼띠아고 데 쿠바에서부터 씬끼요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쿠바에는 두 가지 타입의 무곡(舞曲)이 있었는데 하나는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의 미뉴에트같은 엇박의 사용이 절제된 곡이었이며 또 하나는 씬끼요의 엇박의 리듬이 살아있는 곡이었다.

     물론 6/8,3/4박자의 유럽 민중음악이 라틴아메리카에서 4/4박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씬끼요가 자리 잡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후 20세기까지 씬끼요는 쿠바 음악의 기본 세포와 같이 자리 잡았는데 많은 장르에서 씬끼요의 영향이 엿보인다. 일반적으로 연주를 할 때 4등분 혹은 6등분이나 3등분 스타일의 곡들에 비해 5등분된 씬끼요가 더 어렵다고 한다. 그것은 3-2 혹은 2-3의 유기적 구조를 가지며 4번의 악센트가 3박자에 혹은 5번의 악센트가 2박자 혹은 4박자에 들어가는 수학적으로 혹은 계산적으로 악보에 기입되는 정보보다 연주자들의 느낌 혹은 연주자들의 호홉과 느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씬끼요의 느낌을 느끼고 살리지 못한다면 어쩌면 씬끼요는 풀리지 않는 문제와도 같은 것이다.

 

      씬끼요의 영향으로 19세기에 성립된 것이 바로 아바네라Habanera이다. 2/4박자의 무곡으로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전 라틴 아메리카에 영향을 미친 음악적으로는 조상이라 부를 수도 있는 장르가 바로 아바네라이다. 물론 그 전에 단사Danza 혹은 꼰뜨라단사Contra danza라는 장르가 있었으나 진정한 의미의 라틴 음악, 라틴 아메리카라는 토양에서 자라난 장르는 아바네라라 할 수 있다. 쿠바라고 한정하지 않는 이유는 비슷한 시기, 1840년 경 멕시코와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그리고 스페인에서도 아바네라와 흡사한 음악장르가 성립해 있었기 때문이다. 쿠바에서 시작되었으나 앞에서 언급한 무역루트를 통해 아바네라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거의 동시대에 퍼져나갔다. 앞의 기본 리듬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씬끼요와 아바네로는 닮았다. 특히 그 느낌은 더욱 그렇다. 다만 아바네라는 그 템포가 거의 걷는 속도와 흡사한 정도로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무곡의 개념과는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후 단손danzon3) 혹은 손son 등으로 음악이 이어졌고 그 안에 씬끼요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현재도 흥겨운 재즈나 아프로-라틴 음악에서 엇박이 살아있는 씬끼요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문화적 선입견을 버려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어쩌면 앞에서 언급한 역사적, 문화적 이야기보다 현재에도 살아있는 씬끼요가 우리가 선입견을 버려야 하는 확실한 증거와 이유가 될 것이다. 또한 씬끼요는 유럽을 비롯한 아메리카 밖의 세상에서 재즈나 아프로-라틴 음악이 충분히 소통되며 사랑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유인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만능키Master key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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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르헨띠나 땅고 혹은 탱고와 구별되는 스페인 플라멩꼬 하위 장르로서의 땅고를 말한다.  

   2. 32가지 씬끼요 악보 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악보상일 뿐이다. 연주 하는 순간 매번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는데 이것은 어쩌면 재즈의 매력 혹은 즉흥 연주의 매력을 악보로 표현하며 생긴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 쿠바 및 카리브 해 지역과 멕시코 등의 중미지역에서 유행한 무곡이다. 단손과 초기 래그타임을 비교하면 상당히 놀랄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손이 래그타임에 비해 악기 구성이나 연주가 더 복잡하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멀지 않은 지역에서 유행한 음악이 비슷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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