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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에서 핀 꽃 라틴재즈 4. 재즈 재즈 재즈 #2 Play the music & pla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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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서


     즉흥연주가 재즈 만의 고유한 것은 아니라 해도 재즈의 발전과 새로운 형식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즉흥연주가 재즈에 한정된 음악적 특징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재즈의 즉흥연주가 갖는 그 특징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재즈의 즉흥연주는 마치 고대 그리스 아고라에서 자신의 주장을 힘주어 말하고 청중의 공감을 얻고 같은 주제에 다른 의견을 말하거나 비슷한 의견으로 공감을 표시하는 광장의 모습과 같다. 우리나라 전통으로 표현하면 마치 마당놀이의 순간과도 흡사하다 할 것이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솔로 연주, 독주이다. 그래서 아고라의 광장과 같다고 한 것이다. 재즈에서의 독주 연주자는 밴드 지휘자의 권한 만큼의 독자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재즈가 초기에서 비밥의 시대 그리고 쿨재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밴드리더들이 솔로 연주자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루이 암스트롱에서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셀로니어스 몽크, 마일즈 데이비스 등) 물론 독주 연주자와 밴드와의 관계는 유기적이다. 클라이맥스를 서로 호응하여 만들고 기타 여러 상황에 따라 클라이맥스를 가라앉히는 역할도 맡곤 한다. 독주 연주자가 악보에 충실한 솔로를 준비했다고 해도 밴드의 유기적 영향 아래서의 변주 가능성은 다른 음악장르, 클래식의 교향악단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특징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디지 길레스피가 이끌었던 유나이티드 네이션스 밴드의 A Night in Tunisia 중 아르뚜로 산도발의 솔로 연주

초고음과 속주 등 솔로 연주에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즐거움을 주는 연주이다. 

 

     재즈에서의 솔로 연주는 단순히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것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주 테크닉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행처럼 번진 트럼펫의 솔로연주는 색소폰과는 전혀 다른 음색으로, 맑고 공격적이며 힘이 넘치는 속주까지 그리고 새로운 음정의 멜로디, 혹은 그렇게 느껴지는 멜로디로 기억되었다. 바이브레이션을 이용한 저음과 고음에서의 음의 변형, 음의 왜곡을 이용하여 순간적으로 한 옥타브 높은 음을 연주하거나 화음을 이용하여 공명효과를 주어 나른한 느낌을 표현하거나 비명과도 같은 강렬한 소리를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마개처럼 보이는 금속 혹은 고무로 된 약음기를 이용하여 전혀 다른 음색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모든 테크닉은 솔로 연주자들에 의해서 발전되었으며 결정적으로 청중에게 새로운 음, 음향으로 충격을 주고 거기서 비롯되는 새로움의 감흥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척박했던 재즈의 초창기 환경 때문에 이런 실험적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공장에서 나온 대강 만든 타악기에서 유리와 각종 금속자재들을 이용한 악기들 고장 나 버려진 악기를 수선해서 재활용하는 것에서 시작하였으므로 다양한 음악적 실험들에 처음부터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수도 구멍을 뚫는 연장과 트럼펫과 트롬본의 결합은 새로운 소리의 창조로 이어졌고 이것은 재즈의 전통이 되었다. 또한 다양한 장비들을 통한 실험으로 인해 고스트 음정, 헛손질, 셰이크, 플립, 서브-톤 등의 다양한 테크닉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졌다.

 



NBC 방송 관현악단 리더이자 투나잇쇼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독 세베린센과 아르뚜로 산도발의 협연

즉흥연주라고 하는데 마치 듀엣으로 노래를 하는 느낌이다. 즉흥연주가 협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참 드문일이다


     다시 말해 재즈의 솔로 연주는 색다름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색다름의 미학 속에서 재즈가 발전했다는 것은 또한 재즈가 근대적 음악이라는 근거이기도 하다. 또한 ‘근대적modern’이라는 단어의 의미와는 약간 다르게 어떤 느낌,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중요한, 감각적인 판단과 느낌에 의해 좋고 나쁨이 결정되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재즈가 극단적인 두 가지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이 감각적이라는 특징은 후에 강조되어 재즈가 육체적 혹은 에로티시즘 적이라는 평가를 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종합적인 그리고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색다르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재즈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와 설()들이 있으나 그것은 각 개개인의 판단에 의한 것으로 다 일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 긍정하기 어렵다. 아주 단순하게 다시 부언하면 재즈는 색다름을 색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 감각적으로 섬세한 사람들에게 좀 더 어울리는 음악임은 확실하다. 재즈의 육체성이란 것은 결국 감각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 어떠한 철학적 사유(思惟)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재즈를 듣고 즐기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어찌되었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재즈가 20세기에 시작된 근대 음악의 대표라는 것이다.

 

     이제야 재즈에 대한 이야기에서 라틴재즈에 대한 이야기, 이 책으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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