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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에서 핀 꽃 라틴재즈 #1. 아프리카, 흑인문화 그리고 백인문화 : The Back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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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만들어질 라틴재즈에 관한 원고 1편입니다. 역사와 문화적 배경과 함께 음악적 세부사항도 다룰 예정입니다. 
다른 관점의 생각, 조언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1. 아프리카, 흑인문화 그리고 백인문화

                                                                        : The Background

 

   미국의 문화를 이야기하거나 라틴문화를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것이 바로 아프리카 혹은 흑인문화이다.
흑인문화라는 말은 이제 마치 보통명사처럼 일말의 주저함 없이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모두 그 의미를 정확히 아는 듯.
 

   마치 현 미국 대통령 오바마처럼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를 둔 친구를 알게 된 적이 있었다. 우열의 법칙 탓인지
그 친구는 겉보기에는 약간 색이 흐린 흑인처럼 보였다. 물론 그 친구도 자신을 흑인이라 인식했고 그 친구가 인식하는
흑인문화라는 것은 힙합이었다. 
그에게 흑인문화란 힙합으로 대변되었으며 흑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공연되는 힙합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저 흉내 내기일 뿐이었다. 그에게 힙합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약간 사회적인 행위였던 것 같다.
그는 또한 에티오피아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여행을 통해 자신의 뿌리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와 미국의 흑인은 위아 더 월드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그리 깊은 관계를 찾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50%의 뿌리를 찾아 자신과 별반 관련 없는 곳에 가서 깊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가 찍은 사진 속에서 그는 에티오피아 전통 옷을 입고 아프리카 흑인들 속에서 마치 블랙커피 속의 밀크 커피같은 모습으로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아무튼 자신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굉장히 개인적인 것으로 뭐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발현된 모습은 흑인에 가깝다고 해도 그의 DNA는 흑인과 백인의 것이 50대 50에 가까울 것이며 생물학적으로
완벽한 흑인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가 개인적으로 자신을 흑인이라 인식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미국에서
살아가는 흑인으로 인식하는 것에는 뭐라 반론을 펼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체성은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이나 
믿음에 가까우니 말이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가 자신을 흑인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외형적으로 백인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물론 그가 살아온 개인사와 그 환경을 100%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저렇게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예의가 아닐 것이다.
아무튼 그는 현재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조그만 도시에서 살사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살사를 가르치면서도 아프리카의 어떤
전통이 살아 있는 춤이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정체성에 대한 여행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흑인 그리고 미국 역사에 대한 깊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역사에 대한 인식이 정체성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텐데 말이다. 

 

 

 아프리카 문화 vs 미국의 흑인문화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유럽과 연결되어 있으며 전 세계의 1/5에 해당하는 거대한 땅이며 전 세계인구의 1/10이 살고 있는 땅이며 3000여개의 부족들이 현재도 자신들의 전통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흑인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북부지역에는 유럽계 민족이 그리고 기타 아랍 및 아시아계 민족과 여러 인종의 혼혈들도 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아프리카의 문화를 그저 흑인문화라 단언하는 것은 일종의 인류학 및 사회학적 오류이며 그 자체로 모순이다.

   쉽게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가치는 중요하게 생각하여 우리 문화가 중국 혹은 일본문화의 아류로
인식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문화의 고유함을 외국인들에게 인식시키고인정받으려 한다면
당연히 우리가 먼저 외국의 다양한 민족/부족, 국가의 문화도 인정하고 이해하고 알아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다양한 부족들의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게 될 때 우리가 쉽게 사용하던 흑인문화라는 것은 실체를 잃고
희미해진다
. 결국 우리가 쉽게 말하는 흑인문화, 백인문화라는 개념은 허위(虛僞)이며 어쩌면 해체되어야할 개념이다.
그래야만 그 안에 감추어진 다양한 아프리카 부족의 문화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색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백인문화 또한 그 개념이 해체되어야 유럽의 다양한 민족들의 전통문화가 드러날 것이다.) 

 

   그렇다면 재즈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혹은 미국의 문화와 라틴문화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흑인 문화란 것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구체적 실체가 있기는 한 것일까? 

 

   역시 노예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의 흑인 노예는 그리스의 폴리스나 로마시대 그리고 유럽의 봉건시대의 노예의 개념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인간이나 물건처럼 취급되는 기본적인 개념은 다를 것이 없으나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의 노예는 무엇보다
산업 노예의 개념이 크다는 것이며 그래서 가혹한 노동 착취를 당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1).
그리고 대개 서아프리카 해안지역에 끌려왔고 부족으로 표현하면 만딩고, 요루바, 우로로프, 풀라니, 아산티, 아후사 등의
부족 출신이 많았고 현존하는 국가로 표현하면 가나, 기니, 말리, 감비아, 토고, 베넹, 나이지리아, 말리, 카메룬, 니제르,
세네갈
출신이라 할 수 있다. 지질학적으로 표현하면 서아프리카 지역 중에서 북회귀선 이남지역에서 적도까지의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미국 문화와 라틴아메리카 문화 중에서 흑인문화라는 것은 앞에서 기본적으로 언급한 그 지역의
부족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부족들의 문화 또한 다양하며 서로 같지 않다. 서로 다른 언어,
다른 음악과 춤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했으며 생활방식이나 문화 또한 다양하여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2).
 

   그러나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생활하고 있는 부족들의 문화가 그렇다는 것이며 미국이나 라틴아메리카에서 엄청난 노동 착취를
당하는 흑인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약간 달라진다. (계속)

 

 

* 북회귀선과 적도사이의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의 흑인 부족들이 주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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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7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아미스타드]에서 당시 흑인 노예들의 비참한 상황이 생생하게 표현된

적이 있다.

2) 아프리카 문화의 다양성과 부족의 다양성은 금광출판사에서 출판된 유종현저 [아프리카의 부족과 문화]를 참조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편에 튀어나온 부분, 세네갈에서 앙골라 윗편의 지역까지가 주요 타켓이었다고 한다.



  사실 이 거대한 지역의 문화를 하나로 분류하고 몰아간다는 것은 문화적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문화와 일본 그리고 중국 문화를 혼동하는 것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선이 직선이라는 것이 이 지역이 얼마나 제국주의 열강들에게
수탈당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국경선은 원래 천연 지형을 기준으로, 산이나 강, 산맥들이 경계선이어서
직선으로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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