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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피부가 자아와 괴리감이 있다면, 영화 내가 사는 피부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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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피부
  •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 교통사고로 인한 화상으로 아내가 죽은 후 저명한 성형외과 의사인 로버트 박사는 12년간 그만의 비밀실험실에서 완벽한 인공피부를 만드는 데 .. 더보기



내가 살고 있는 피부도 괜찮은 번역이지만 그 살고 있다는 의미가

그냥 산다가 아니라 마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혹은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내가 입고 있는 것, 꾸미고 있는 것,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그런 것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길들여진 사랑을 말했던 패왕별희가 떠올랐다.

주인공 장국영은 남자로 태어나 별희를 연기하도록

어려서부터 강요 혹은 교육되고 결국 극의 인물과 동일시되어 버린다.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까? 





내가 사는 피부는 묘한 구조를 갖고 있다.

피부와 자아가 분리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표면적으로 원하는 것,

라깡 식으로 말하면 상상계와 상징계의 갈등이라고 해야 할까? (맞나?)



안토니오 반데라스, 딸을 잃어버리며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는 불행한 남자이다.

자신이 사랑한 부인은 결국 자신의 이복동생이기도 한

남자와 바람이 났으며 결국 자동차 사고에 의해 화상을 입고

결국 자살하게 된다.

그의 딸도 어머니의 자살 장면을 목격하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결국 자살하게 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외롭다.


남자이면서 여자인 베라, 그는 복수의 일환으로 성전환 수술을 당하고

알맹이를 남기고 외부를 다른 존재, 여성으로 입혀지게 된다.

가슴과 엉덩이도 완전히 여성으로. 특히 엉덩이가… ^^


아무튼 6년이란 시간 동안 그는 점점 더 여성으로, 베라로 상징되는

여성의 모습에 더 가까이 갔다. 동시에 그는 혹은 그녀는 외롭다.

6년 동안 갇힌 채로 살아야 했다. 자신을 잊을 만할 시간이었을까?

베라도 외롭다.


애매한 거리와 애매한 시선, 겉과 속의 갈등일까?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입고 있고 있는 옷은 바로 복수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외로움, 다시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베라의 모습이 자신의 전처를 닮아있는 것이다.

입고 있던 그 피부를 벗고 그 안을 보여줄 때

복수의 대상은 연인이 된다.


베라가 입고 있는 옷은 여성이다.

그는 납치당하고 강제로 성전환 수술을 당했다.

하지만 6년이란 시간을 지나면서 자신을 잃어버렸다.

오직 자신이 입고 있는 옷, 그 피부만이 남았다.

자신을 가둔 원수를 연인으로 착각하는 순간

완전히 자신을 잃어버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입술로 자신을 여성이라 인정하는 순간

견고하던 피부가 스르륵 벗겨지고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공간에 숨어있던 진정한 자아

나오게 된다.

바로 빈센떼, 남성으로서의 자아다.


앞으로 빈센떼로 살지 베라로 살지 확실하지 않으나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빈센떼가 입고 있는 베라라는 옷은

천천히 풍화에 녹아들 듯 점차 사라질 것이란 것.


스스로 여성으로 인정할 때, 남성으로서의 자아를 깨달은 바로 그 순간.




여성과 남성이라는 극단적인 모습이

복수와 사랑이라는 극단적인 모습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전에 비해 라깡의 인기가 좀 사그라진 것 같다.

도그나 카우나 상상계가 어쩌고 상징계가 어쩌고 실재계가 어쩌고

이렇게 썰을 풀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 라깡의 이론을 말하는 사람은

해외에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심리학이 상당히 효과 있는 구라라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사랑도 미움도 그리고 복수도 개념이 아니라 현실에서는 상당히

복잡한 것 같다.



또한 패왕별희가 주인공이 결국 극 속으로 매몰되는 모습,

사랑도 길들여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면

내가 사는 피부에서는 자신의 자아를 찾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물론 동서양의 차이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을 올드보이 스타일의 복수극으로 본다면

영화 자체가 상당히 매력없어질 것이다.

그저 성전환 수술 시키는 것만 부각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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