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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에서 핀 꽃 라틴재즈 6. 비밥, 쿠밥, 그리고 라틴재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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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 이어 계속)

 

     그렇다면 비밥의 일반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불규칙성이라 할 수 있다. 약한 박자에 오히려 악센트를 주거나 아예 악센트가 없는 균질한 패턴의 리듬 등 기본적으로 싱커페이션(당김음)을 사용하는 등 음악의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악기들의 경우 복잡한 비트로 연주하며 기본적인 리듬의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셋잇단음표를 자주 사용한다. 타악기 연주자들은 좀 더 독립적이다. 박자를 맞추는 반주파트가 해체되어 콘트라베이스와 베이스드럼 정도만이 규칙적인 리듬을 연주하며 그밖에 리듬을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기타, 스네어드럼 등은 자유로운 싱커페이션 연주를 한다. 멜로디에서는 기존의 코드 구성이 아니라 단7도 화음이 딸림화음보다 앞서 나오며 마치 바그너의 음악에서 볼 수 있었던 내림5도 화음이 널리 사용되어 과감하며 실험적인 화음형식이 사용된다. 이 새로운 실험적 형식의 시도는 당시 유행하던 음악의 진부한, 혹은 당시에 진부하게 느껴졌던 음악적 구조를 거부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당시 재즈 씬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은 1930년대 이후 쇼 비즈니스적 분위기였다.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던 재즈맨들은 이런 분위기를 거부하려 했으나 대중들의 기호를 넘어선 새로운 시도들이 항상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또한 생활을 위해 재즈 클럽과 댄스홀에서 연주해야 했기에 쇼 비즈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브로드웨이적인 음악은 여전히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연주인들이 선택한 전략은 비꼬기였다.혹은 패러디였다. 싸구려 쇼 음악을 교묘하게 비틀어 편곡하거나 시작은 원곡을 따라가다 변주를 통해 전혀 다른 곡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으며 원곡의 멜로디는 살리면서도 교묘한 변주와 독주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음악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이 비꼬기 전략은 실력 있는 연주자와 3류 연주자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3류 연주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음악을 망치기 일쑤였으나 역량 있는 연주자들은 싸구려 쇼 음악과 팝송을 고급스럽고 실험적인 재즈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찰리 파커의 고전적 비밥곡 Ah-leu-Cha, 

파커 색스폰과 마일스 데이브스의 트럼펫이 어우러진 곡이다. 


     찰리파커는 1945년 쿨재즈의 대명사와 같은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를 발굴했다. 디지 길레스피는 차노 포소 곤살레스를 만나게 된다. 이 두 만남은 이후 두 사람의 음악의 갈림길과 같았다. 디지와 차노 포소의 만남은 진정한 의미의 라틴재즈, 어느 수준 이상의 라틴 재즈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디지는 다양한 타악기들의 타양한 톤에 주목하여 드럼이 만드는 단조롭고 공격적인 톤에서 벗어나 타악기들의 다성성(多聲性)을 비밥 리듬에 결합하였다. 당시 쿠바를 비롯한 카리브 해의 음악인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음악이 주업이었던 가문의 후예들이어서 걸음걸이를 익히는 것과 동시에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정규 음악교육을 받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음악적 수준과 연주력은 세계적이었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카리브 해의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었으며, 특히 쿠바의 경우는 정치적 경제적 미국의 식민지라 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더욱이 하바나를 비롯한 쿠바의 해안 도시들은 미국의 휴양지와 같은 상황이었다. 하바나는 동쪽의 라스베가스라 불리기도 했다. 이것은 당시 미국의 상황, 쇼 비즈니스적이며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재즈 스타일이 쿠바를 비롯한 기타 카리브 해의 도서지역에서는 오히려 더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이야기가 나오면 라운드 미드나잇을 언급하지 혹은 듣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미국 본토의 뮤지션들 못지않게 쿠바의 젊은 음악인들이 새로운 형식적 실험에 목말라 있었고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하는 음악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근대적이고 현대적인 라틴 재즈를 탄생하게 한 것이다



쿨재즈와 프리재즈로 가기 전 하드밥이라 할 수 있는 춤추기 어려운 템포의 곡, 

찰리 파커의 매리 고 어라운드 Merry go 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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